[월요논단] 대학의 기술교육

얼마전에,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한 물리학도가 우리 과학기술계 의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법조인으로 진로를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혹자는 그의 선택이 너무 극단적인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비슷한 경우를 체험한 분들은 자신과 비교해볼 때 크게 다른 처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흔히 교육을 국가의 "백연지대계"라고들 한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대해서 거창한 말을 늘어 놓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한 구석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 기술 관련, 그 중에서도 기술교육에 대한 그간의 생각을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대학교육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며, 공학계 통의 기술교육은 특히 그것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학의 기술교육은 교육내용이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뒤떨어져서는 안될 것이며, 그것을 배우는 자가 피부로 느낄 수있는 실질적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내에 풍부한 연구 과제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수는 실질적 연구성과를 토대로 올바른 방향에 입각해서 교육에 임할 수 있으며, 학생들은 교육내용을 보다 정확히 현실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낙후되고 턱없이 모자라는 실험기자 재를 가지고는 실질적인 연구성과는 물론이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기술교육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불만들이 참 많다. 산업현장에 서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첨예하게 변화하는 기술경쟁시대에 뒤떨어져있다고 실토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정부와 산업체의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고 불만이다. 그러므로 이의 타개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기업이 외국기술 도입을 절대 자제하고, 국내기술개발의 풍토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외국으로 흘러나가는 막대한 기술료가 국내 대학의 연구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 해야 할 것이다. 대학으로 하여금 풍부한 연구과제속에서 연구획득의 잉여를 학교로 재투자토록 하여 교육의 물적 토대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 이나 기업들의 아낌없는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과제 조성에 있어서는 공정한 경쟁구도를 보장해 어떤 학연이나 친분관계를 통한 겉치레 식의 연구과제 분배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평가나 교수평가에 있어서도 그 기준이 양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난수십년간 수많은 인력을 배출해 왔지만 양적인 면만이 강조되어, 질적인 부분에 허점이 많았던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성급한 결과위주의 연구개발 풍토에서 조속히 벗어나 장기적 전망에 근거한 부단한 연구노력을 기대해야할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적어도 우리의 미래 가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달려 있으며 그들이 바로 미래의 뿌리가 되어야 함을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세계일류라는 말을 요즈음 많이들 한다. 그러나 살아 있는 올바른 교육이 서지 않고서는 그것은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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