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 경기 진단 엇갈려

반도체산업의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난 7일 미국 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이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기 하강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경계론"과 장기간 호황세가 지속될 것이란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 등 경계론을 펴는 측은 미국시장의 반도체 BB율이 최근 몇달동안 하락세를 보인데 주목하고 있다.

올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BB율이 지난 7월 1.23을 기록한 것을 정점 으로 8월에 1.17, 9월에 1.15로 하락한 것.

경계론자들은 이같은 BB율 하락 추세가 지난 8월의 윈도95 출시를 겨냥했던급격한 수요증가현상이 완화되고 있는데다 수요 업체들이 적지 않은 반도체재고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지난 7일의 반도체 관련 주가 하락을 야기했던 사이러스 로직의 4.

4분기이후경영실적 부진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사이러스 로직은 자사의 주요고객중 하나가 칩 재고 과다로 최근 수주량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4.4분기 순익이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주요 업체들이 설비투자 확대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것에 대해서도 지난 80년대 중반에 나타났던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기 하강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경계론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우선 7일의 주가 폭락은 반도체 경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우연한 현상이란 것이다.

사이러스 로직에 대한 주문 감소는 패커드벨이 가정용 PC시장에 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생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데 불과하며 따라서 사 이러스 로직의 경영실적 예상을 다른 업체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따라서 주가 폭락은 투자가들이 사이러스 로직의 발표를 과민하게 받아들인 결과이자 최근의 반도체 경기호황에 대한 "역설적"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7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BB율이 10월에 1.18(잠정치)로 상승 한것도 경계론의 근거가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시장인 컴퓨터분야는 물론이고 통신.자동차분야의 반도체 수요도 엄청나 경기 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을 펴는 측도 그 호황지속 기간이 언제까지냐에 대해선 견해 가엇갈리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사는 오는 2000년까지 수요 초과가 계속되고 따라서 반도체 판매액도 2000년엔 지금보다 3배 많은 3천3백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잇따라 발표된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계획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오는 97년이후엔 초과수요가 없어져 경기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투자 집행속도가 그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데이터퀘스트는 반도체업체가 계획중인 공장신설이 이미 30건 에달하며 그에 따른 투자비용은 올해 3백48억달러에서 오는 99년엔 4백77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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