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환기에 접어든 반도체산업

세계 반도체시장이 전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전세계 반도체 교역액이 사상 최대 증가율을 나타내 지난해의 1천4백64억달러보다 43.7%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지금의 호경기는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시장의 호황은 D램을 비롯한 메모리 의수요급증에 따른 것으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와 미국반도체공업 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오는 98년까지 연간 20%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가 수출주도 품목인 국내 산업계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지난 9월말 현재 반도체 수출액이 이미 1백억달러를 훨씬 넘어서전체수출액의 10분의1 이상에 이르렀고 그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반도체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국내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선진각국 반도체 업체들간에는 설비투자 확대바람이 일고 있다. 각국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생산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NEC.도시바.후지쯔.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전기등을 포함한 일본 반도체관련 대형업체들은 연초 투자액을 책정한 이래 몇 차례에 걸쳐 증액을 거듭해 올해 총 1조엔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미국의 인텔.모토롤러.LSI로직과 독일의 지멘스 등도 앞을 다퉈 반도체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회사인 데이터퀘스트사에 따르면 이미 발표한 공장신설 계획만 해도 30개에 달하며 그에 따른 투자금액이 올해 3백48억달러에서 오는99년에는 4백77억달러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IBM.모토롤러.도시바.지멘스 등 미.일.유럽의 주요 반도체관 련업체들은 차세대 대용량 메모리인 1기가D램을 공동개발하기로 최근 합의했는가 하면 모토롤러와 지멘스는 15억달러를 투자해 64메가 및 2백56메가D램 의합작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간의 제휴는 반도체산업이 첨단화할수록 더 이상 특정 개별업체 의주도하에 놓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6메가 시대를 거쳐 64메가、 2백56메가와 기가 시대로 가까이 갈수록 개별반도체 업체들이 기술 및 자금에서 한계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이른바 "파운드리"(Foundry)라는 새로운 형태의 위탁생산 서비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 반도체업계의 일련의 움직임은 일차적으로는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반도체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판단아래 그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용량.고집적 멀티미디어화하는 현재의 산업추세로 볼 때 기존 단일기업의 기술수준이나 자금력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반도체산업이 지난 1910년대의 자동차산업과 같은 커다 란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당시 자동차산업은 양산 체제로 이행하면서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설비투자비가 소요됐다. 이로 인해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는 1908년의 2백5 0개에서 29년에는 불과 44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해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사실이다. 이들은 과다한 설비투자로 인한 80년대 중반의 반도체 경기침체의 재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국 반도체 업체들은 전환기에 대비한 장기적인 전략 을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도 이같은 세계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첨단반도체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현 대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도 설비투자를 늘리고 첨단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구 선진업체들과 같이 보다 다각적인 전략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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