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록 및 재생장치인 VCR의 디지털화는 영상기기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방송용은 물론 가정용 VCR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방식은 최근 위성방송기술의 발전을 발판으로 보다 깨끗한 화면을 제공하는 디지털 및 고선명 HD TV방송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VCR도 그동안 방송녹화나 비디오감상 등 수동적인 미디어를 벗어나지못했지만 점차 소비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는 개인 매체로 바뀌어가고있다. 디지털 VCR는 아날로그 VCR에 비해 편집 제작 등 개인적인 작업에 탁월하다. 이 밖에 컴퓨터의 보급 확산과 이에 따른 멀티미디어화의 진전은 VCR가 더이상 아날로그만을 고집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VCR의 수요가 점차 정체됨에 따라 VCR제조업체들이 그 대안으로 디지털화에 눈을 돌린 것이디지털VCR가 태어난 배경이다.
디지털VCR는 신호를 디지털로 기록, 아날로그방식 VCR와 달리 여러번 녹화.재생해도 화질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또 컴퓨터와 정보통신 단말기 등과의 호환성을 갖춰 멀티미디어시대에 걸맞다. 디지털VCR가 HDTV.디지털비디 오디스크(DVD) 등과 함께 차세대 영상기기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VCR는 이미 방송장비분야에서 상용화됐다. 마쓰시타.소니 등 세계 방송장비시장을 장악한 일본업체들은 90년대초부터 디지털VCR를 포함한 디지 털방송장비를 세계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정용 디지털VCR의 상용화는 더딘 편인데 이는 가정용 VCR가 방송용 VCR와 달리 폭이 좁은 테이프를 사용하고 플레이어 크기가 작아야 하므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VCR의 기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2천여개에 이르는 부품 수 만큼이나 다양한 기술이 집약돼 있다. 더욱이 디지털VCR는 디지털신호처리(DS P)와 고밀도 자기기록재생기술, 영상압축기술(MPEG2)에서부터 고성능헤드.
헤드드럼.고속구동기술등에 이르기까지 기술수준이 높다.
헤드드럼의 구동속도를 보면 기존 아날로그제품은 초당 30회 수준이지만 디지털제품은 초당 1백50회에 이른다. 따라서 헤드의 마모도를 낮추고 일정 한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의 부품 및 정밀기계기술을 요구한다.
가정용 디지털VCR의 국제표준은 지난 93년말 마쓰시타.소니.도시바 등 일본업체와 필립스 등 유럽업체를 중심으로 확정됐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관련 핵심기술을 상당부문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디지털VCR시장 을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3사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디지털VCR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디지털VCR가 그 자체뿐만 아니라 화상전송이 주가될 정보통신산업과 정밀기계산업 등 연관산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고 보고 지난해 한국영상기기연구조합을 중심으로 학계 및 연구기관 등과 컨소시엄을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98년까지 디지털VCR를 완전 국산화할 계획인데 현행TV방송에 맞춘 SD방식과 HDTV방송과 멀티미디어방송에 대응한 HD방식 모두를개발키로 했다.
디지털VCR의 개발 방향은 크게 2분의 1인치 테이프를 쓰는 일반 VCR와 4분 의1인치 테이프를 쓰는 캠코더로 나뉘는데 국내외 VCR업체들은 일단 시장전망이 밝고 수요 창출의 지렛대 역할을 할 디지털캠코더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 디지털VCR 개발은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 주된 흐름이다.
그런데 일본 JVC사가 최근 기존 테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VHS방식의 디지털VCR를 발표, 디지털VCR기술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전3사는 VHS방식의 디지털 VCR의 개발도 적극 추진중이다.
한편 세계 디지털VCR 시장은 내년에 50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98년 2백80만 대, 2002년 3천만대 규모로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최근 DVD의 규격 통합으로 얼마간 비관적인 견해로 돌아섰지만실시간 녹화가 가능한 DVD리코더가 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 이어서 디지털VCR 시장은 여전히 밝은 편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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