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폴리실리콘 부족 (하)

16MD램을 기준으로 보면 핵심 재료인 웨이퍼의 원가비중은 약 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폴리실리콘이 웨이퍼에서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결 코적지 않은 비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t당 35달러선에 거래됐던 폴리 실리콘의 가격은 현재 50달러를 넘어섰다.스팟시장에서는 80달러를 넘어 1백 달러를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은 웨이퍼업체들에게는커다란 부담이지만 소자업체들에게는 여전히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폴리실리콘의 품귀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8인치 웨이퍼 가공라인의 증설이 잇따르면서 그간 안정세를 보여왔던 폴리실리콘의 납기와 가격질서에 이상기류가 불기 시작했다.

폴리실리콘 소요량은 8인치 웨이퍼가 6인치 웨이퍼의 2.3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같은 수요증가세에 대응하는 생산능력의 확충이 없다면 폴리실리콘의 품귀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자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략 올 하반기 들어서부터다. 가격 폭등현상과 함께 해외업체들이 폴리실리콘 확보를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자 "도대체 폴리실리콘이 무엇인가"라는 식의 첫 반응이 나왔다.

일차적으로 폴리실리콘의 수급은 웨이퍼 업체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폴리 실리콘이 없어 D램 제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닥칠 경우 책임소재는 무의미 해진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폴리실리콘 수급안정을 위한 관련업체들의 발걸음 이빨라지고 있다. 포스코휼스는 관계사인 미MEMC사로 부터의 고정물량 확대 를추진하고 있고 실트론도 일도쿠야마와 아쓰미(ASM) 등과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한 모종의 협력관계 체결을 타진중이다. 또 수율향상과 재사용 리사이클 물량을 늘려 폴리실리콘의 사용량을 최대한 줄인다는 자구노력도 병행 하고 있다.

소자업체 가운데에서는 삼성전자가 호주 등 몇몇 국가에서 폴리실리콘의 원재료인 메탈릭실리콘 수입을 위해 직접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산부도 나름대로 대책을 찾고 있다. 특히 수급파동이 가장 심할 것으로보이는 5인치 웨이퍼의 수입선다변화의 조기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책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사안들은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일시적인 처방이라는데 있다. 물론 이번 사건도 지난번 스미토모 화재로 인해 발생했던 에폭시파동처럼 일종의 헤프닝으로 끝날수도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도의 차는 있을 지 몰라도 최소한폴리실리콘업체들의 증설이 완료되는 97년까지의 수급차질은 불가피하다.

또에폭시와는달리 폴리실리콘은 웨이퍼를 구성하는 핵심재료라는 점에서 에폭시파동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 들은 말한다.

현재의 반도체 시장 추이로 볼때 재료 수급은 반도체성장의 관건이 될수밖에 없다. 반도체수요의 폭발적인 확대와 특히 고성능제품의 생산급증은 핵심재료의 무기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업계전문가들은 더 늦기전에 폴리실리콘과 같은 핵심재료들의 국산 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재료산업이 안고 있는문제들 환경공해방지 대단위 투자회수 지연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3년 동부산업이 우수한 폴리실리 콘정제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독바커사에 제공하고 스스로는 사업을 포기한 것도 당시의 무관심한 분위기가 주원인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일본이 그동안 반도체소자 투자에 버금가는 막대한 투자를 감수해가며 저 마진의 웨이퍼나 폴리실리콘 등의 재료산업 기반을 다져온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반도체 전쟁에서 재료만큼 좋은 무기는 없다. 폴리실리콘은 하나의 좋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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