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가전시장, 유명브랜드 각축장...현지기업 "주눅"

북유럽 하면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가 연상될 만큼 통신산업 의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가전시장은 소니.파나소닉.필립스.삼성 등 전세계 유명브랜드가 모두 집결돼 있어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경연을 벌이는 각축장 이기도 하다.

최근 유럽시장을 비롯해 세계화와 현지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한국업체에게 이 지역은 선진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비교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북유럽의 중심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진입로 는기업과 상품을 선전하는 입간판이 숲을 이루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사브등 현지 자동차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IBM.소니.필립스.그룬디히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컴퓨터.가전 브랜드들의 현란한조명은, 이곳이 국경과 국적이 의미가 없는 기업과 브랜드의 각축장임을 실감케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8백70만명의 스웨덴을 비롯해 4백50만~5백만명 규모의 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를 포함、 한국의 절반수준인 총 2천3백만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지역은 주로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계.자동차.화학.임업이 크게발달되어 있으나, 정보통신.산업전자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 가전을 비롯한 전반적인 전자산업은 주변 유럽국가나 미.일 등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한 탓에 현지 브랜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TV.냉장고 등 전통적인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1백%를 상회하고 있는 이 지역은 중복수 요와 대체수요가 대부분이며 시장규모 역시 5~10%안팎의 증감률을기록하는등 성숙기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구입시 타제품과 마찬가지로 가격보다 브랜드를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행태와 비교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각 기업들의 사업전략이란 한마디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업체들보다 싸게 판다고하는 것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지 매스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광고가 제품광고가 아닌 기업 이미지 광고인 것도 이러한 브랜드위주 시장의 특징을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업체의 브랜드이미지 광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소니의 경우 스웨덴 최대 규모인 NK백화점의 도로변과 백화점입구에 신제품 광폭TV를 진열 하고 현수막을 늘어놓아 마치 소니 대리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웨덴을 비롯해 스칸디나비아 현지 메이커들이 가격.유통.AS 등에서 유리 함에도 불구하고 수입브랜드에 손을 들고 만 것은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앞두고있는 한국에도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특히 AV기기의 경우 소니.필립스 등이 80년대이후 이 지역에 파고들면서룩소.판드벨 등 현지업체들은 경쟁력 상실로 문을 닫거나 정보통신부분으로 사업전환을 했고, 현재는 핀란드의 노키아가 TV.모니터 등으로 간신히 명맥 을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노키아 역시 3년전 가전부분 매각을 추진했는데 휴대폰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부문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사가 넘볼수 없는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93년 이탈리아의 차누시와 독일 AEG사 의 백색가전부분을 인수한 일렉트로룩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백색가전 회사로 발돋움하면서 현지업체로는 드물게 독자적인 전문판매점체제를 갖추고 생산과 유통에 걸쳐 외국업체에 빈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멘스.보시.

밀레등 독일의 유명 백색가전업체들도 물론 북구시장에 진출해있지만 일렉 트로룩스의 아성에는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이곳 북유럽 4개국의 가전시장 규모는 24억달러(한화 1조8천억)、 올해는 이보다 8.5%가 증가한 26억4천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5대가전시장의 9%、 일본의 13%에 불과한 규모이다.

이처럼 편협한 시장규모와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유인 요소의 부재로 인해한국 가전업체의 북유럽 진출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80년대 후반이후 활발하게추진되고 있다.

지난 87년 스톡홀름에 지사를 설립한 LG전자는 이탈리아 공장에서 생산한 냉장고를 포함해 주요 가전제품을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4배속 CD롬드라이브 와키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수출해 활기를 띠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노르웨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약 5천만달러의 실적을 목표로 잡고 있는LG전자는 기존의 유통망을 통합해 현지밀착형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다. 92년 삼성전자는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스웨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자 가브랜드로 컬러TV.VCR.모니터 등 가전제품과 무선전화기 등 정보통신기기 판매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웨덴법인은 지난해 3천5백만달러의 매출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6천5백만달러를 기대할 정도로가 돼,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가전제품의 경우 고급제품의 비중을 20%이상으로 높이고전제척으로는 무선전화.휴대폰 등 잠재력이 큰 정보통신사업 위주로 북유럽 사업을 밀고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시 지난해말부터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우전자도 TV와 VCR를 전량 주문자상표부착생산 OEM 방식으로 지난해 1천만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린바있다. 내년부터는 냉장고.세탁기 등을 수출함과 동시에 자가브랜드 판매비 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가전3사는 모두 북유럽의 가전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장기적으로 정보통신기기의 수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한국의 가전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아직까지 낯설다. 가장 활발히 브랜드세일 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필립스.파나소닉.노키아.산요에 이어 7번째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무선전화 기와 모니터는 현지시장을 각각 21%、 11%를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 향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있다.

최영진 삼성전자 스웨덴 법인장은 "이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은 브랜드 인지 도와 비례한다"고 말하고 "통상적으로 점유율 1%를 올리기 위해서는 1~2년 동안 모든 영업력을 집중해야 할 만큼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이곳 가전시장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체 및 중복수요를 겨냥 한제품 대형화.고급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컬러TV의 경우 28인치 제품이 주력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광폭TV도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VCR는 4헤드 제품이、 모니터는 14인치에서 17.21 인치로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소련붕괴이후 발트3국、 즉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 아가 새롭게 스칸디나비아 경제권으로 편입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를 잇는 연륙교가 99년 완공될 예정에 있어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및 발트해 연안국을 겨냥한 물류기지로서 그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북유럽은 중남미.동유럽처럼 광활한 미개척지는 아니지만 브랜드와 품질로 평가를 받는 고급시장이란 점에서 한국제품의 경쟁력과 마케팅역량이 시험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다.

<스톡홀름=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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