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27)

놉힐에는 관광객들이 넘쳐흐른다. 소련 귀족들은 마차를 타고 지나가고 돈많은 중국 비즈니스맨들은 홍콩 스타일 호텔 앞에서 왁자지껄하게 왔다갔다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저녁 먹으러 가는 차림새들이다.

남미인들 몇 명은 땡그렁거리며 달리는 케이블카에 매달려 웃고 떠들면서지나간다.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원주민이 길고 검은 다리로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고있다. 고비 옆을 지나치며 뭐라고 쉰 목소리로 말한다. 깜짝 놀란 고비는 한 발짝 물러서며 묻는다.

"뭐라구요?" 그 원주민은 껄껄 웃으며 말한다.

"올라가나 내려가나 가파르긴 마찬가지지?" 강한 오스트레일리아 억양이다. 다시 고비가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이 미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땡…… 땡…… 땡…… 고비는 임바카데로행 케이블카를 향해 뛰어간다. 발판으로 뛰어올라 기둥 을붙잡고는 숨을 몰아쉰다. 눈을 뜨니 담쟁이 덩굴에 뒤덮인 트랜스아메리카의피라미드 건물이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조잡한 신경조직을 지날 때쯤 되자 케이블카가 제 속도를 내기시작한다. 무지개빛 한자(한자)들이 4차원의 연처럼 그랜트가 위를 떠돌아다닌다. 호북지방 대중 음악의 불협화음과 북경 오페라의 전자 음악이 지글거리는 중국요리 소리처럼 공기 중에 울린다.

케이블카가 끼익 소리를 내며 종점에 도착하자, 고비는 케이블카에서 뛰어내린다. 자기(자기)부상 기차역으로 서둘러 내려가는데 하레 닉슨 신봉자들 이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들의 상징적인 주황색 복장에 박박 깎은 머리를 하고있다. "하레 닉슨, 하레 닉슨, 하레……." 그들의 목소리가 터널 깊은 데까지 울려 퍼진다.

자기부상 기차가 선로를 따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슬아슬하게 승차 권을 밀어넣고 올라타자 곧 등 뒤로 문 닫히는 소리가 난다. 투명한 관 속에서코너를 도는 기차가 홱하고 몸을 비튼다.

쏴아! 갑자기 우중충한 녹색 물이 튄다. 새끼 바다사자가 플랑크톤을 쫓아간다는 게 수중 선로에 너무 가까이 간 것이다. 기차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자 그 바다사자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기무라가 미래에 대해 말했을 때 고비의 표정이 저 바다사자 같았으리라.

그것은과거도 현재도 없는 미래였다. 과거도 현재도 필요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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