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북한의 "정보처리" 현주소 (3)

어느 나라에서건 키보드 자판의 통일은 모든 컴퓨터처리분야 통일의 상징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최근까지 26타건.41타건.51타건 등 3가지 자판배열 방식의 키보드가 공존해 왔다. 이를테면 PC기반의 워드프로세서용과 타자기용이 각각 따로 존재해온 셈이다.

이 가운데 26타건 방식은 90년초 조선콤퓨터쎈터가 독자적으로 제정한 임시규격으로서 북한이 지난 91년 3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출해 국제규 격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 방식은 받침 쌍자음 "까"、 "싶" 등 의처리방법이 규정되지 않아 모아쓰기가 불가능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연길에서 처음 열렸던 "94코리아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 "에서는 사회과학원통보연구소 부소장 권종성이 26타건 방식에 ㅃ.ㅉ.ㄸ.ㄲ.

ㅆ등 쌍자음 5개를 키보드 왼쪽 상단에 배열한 수정판을 남북 단일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권종성의 26+5타건 안은 현재 한국 표준인 33타건 방식의 KSC 5715자판과 유사한 면이 많다. 배열의 경우 왼쪽에는 자음、 오른쪽에는 모음의 구조를 유지시키고 있다. 한국의 자판배열에 비해 31타건안은 "ㅖ" "ㅒ" 등 2개의 복모음 자판이 제외돼 있긴 하나 기본구성은 같은 것으로 평가됐다.

41타건과 51타건은 조선글(한글)의 자소를 각각 41、 51개로 보는 방식이 다. 즉 51타건 방식의 경우 "ㅃ" 쌍자음、 "밝"에서와 같은 복자음(둘바침) 、"ㅒ" 등 복모음을 각각 하나의 자소로 본다는 것이다. 이들 방식은 일반 수동타자기용 자판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월 두번째 열렸던 "95코리아컴퓨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권종성의 26 5타건안을 기본으로 자판배열을 달리한 재수정안이 나와 북한에서 키보드 표준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었다.

표준안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논문이 바로 국가과학 원전자계산연구소 부교수로 준박사인 강영민이 발표한 "건반(키보드)에서 조 선글 자소(자판)배렬(열)"이다. 이 논문에서는 북한이 기본 타건 수에서 권 종성의 26+5타건 방식을 채택하게 된 배경과 권의 안에서 조선글 자판의 배열을 달리하게 된 이유가 잘 설명돼 있다.

이번에 발표된 강영민의 논문에서는 우선 기본 타건 수의 경우 기존 26타 건.41타건.51타건 및 권종성의 26+5타건 방식 가운데 26+5타건이 설득력을 갖게 된 이유로 환산평균타건횟수(엔트로피)가 가장 적게 나왔기 때문이라고밝히고 있다.

키보드 자판의 표준목적은 타건속도의 개선인데、 강영민은 논문에서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환산평균타건횟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산평균타건횟수란 옹근 글자(완성자) 하나를 타건하는 데 필요한 평균 타건횟수를 말한다.

따라서 쌍자음과 복자음.복모음 등을 하나의 자소로 보는 51타건 방식이 타건속도가 가장 높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영민의 논문은 계산결과 시프트(Shift)키와 캡스록(CapsLock)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51타건 방식이 환산평균타건횟수가 가장 많았으며 26+5방식이 가장 적었음을 밝히고 있다.

권종성의 26+5방식을 기준으로 강영민이 자판배열을 달리 해놓은 북한의 키보드 표준안을 보면 남한의 KSC 5715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그림1> <그림2> 참조) <그림1>에서처럼 북한의 키보드 자판배열이 다른 것은 강영민을 비롯한 국 가과학원 전자계산기연구소 실장 권오일 등 학자들의 자판배열 이론이 적용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영민 등은 키보드 자판의 자소배열을 양손의 교차타건율과 비교차타건율 계산결과에 따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차타건은 글자를 완성할 때 왼손(자음)과 오른손(모음)이 교차하는 비율 을말하는 것으로서、 계산결과 북한측 학자들은 전체 글자중 교차타건율이 80 비교차타건율이 20%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학자들은 <그 림1>의 키보드 자판배열을、 비율이 80%인 교차타건 환경에서 최적조건을 먼저 구하고 20%의 비교차타건 환경을 고려하여 수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조건하에서 강영민 등은 첫째, 출현빈도가 많은 자소를 빨리 타건 할수 있는 위치 선정、 둘째 자음 연속 타건율(비교차타건환경)의 최소화、 셋째 손가락 이동거리를 좁히고 피로도의 최소화 등을 따져 <그림1>과 같은표준안을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강영민은 논문에서 더욱 합리 적인 키보드 자판배치를 위한 평가지표로서 타건속도와 손가락 부담률 외에도시프트 키、 연타에 의한 오타율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타건속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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