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15)

고비는 후안이 "나 간다! 트레보르. 잘 있어!"하고 외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후안이 문을 닫고 가자 그는 아들의 방으로 가서 가만히 노크를 한다. 대답이 없다. 천천히 문고리를 돌리고 밀어본다. 트레 보르는 본체 위에 놓여져 있는 V 보드 앞에 조용히 앉아 있다. U자형 바퀴를 누르며, 빠르게 움직이는 콘베이어 트랙이 감기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 헬멧 을 쓰고 있어서 그 안의 스크린에 빨간 불이 깜박거리는 것이 보인다.

트레보르는 지금 극도로 흥분되어 있는 것이다. 마라톤에 나가 막 결승선 의테이프를 끊는 선수 같은 표정이다. 녀석이 게임타임(gametime) 어디에 있거나 볼 수 있는 그런 표정이다. 마하바라타 모험 게임에서 괴물을 잡으러볼프나 로스가드와 함께 가며 적들을 무찌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서왕의 궁전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창싸움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트레보르가 온라인 되어 있는 프로그램은 "쿤달리니 아이"이다. 전 신경 조직을 활성화하는 생명력, 쿤달리니라는 이름은 녀석에게 꽤 잘 어울려보인다. 본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보드를 떼어내서 실외에서도 사용할 수있게 되어 있다. 버클리의 인터페이스랜드(interfaceland)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고비만 없다면 녀석은 하루 종일 V 보딩을 할 것이다.

"트레보르야, 아빠 왔다!" 그러나 트레보르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녀석의 뺨을 토닥거려 주의를 돌리고 싶지만 혹 시스템이 잘못될까봐 더 기다리기로 한다. 헬멧에 연결되어 있는 이 온갖 종류의 신경 조직이 그로서는항상 불안한 것이다. 잠시 엠마누엘 채널 사건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금방 그생각을 떨쳐낸다. 그래 이건 싸구려 가상현실 시스템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사토리 시스템이 아닌가? 게다가 평소 때 같으면 방에서 나올 시간도 아니잖는가? 고비는 한 이십분 만더 기다리기로 한다. 그때 다시 들어와 스크린에 밥 먹으라는 메모를 붙여야겠다. 밥 먹기 전에 손 씻는 것도 잊지 말도록!고비는 집안의 홈오피스에들어가 그날 들어온 메시지를 들었다.

"오늘 당신의 요정을 안아보셨습니까?" 좀 과장된 목소리로 아나운서가 묻는다. 미도리 클럽의 휴양지 광고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그와 트레보르가 이 스타파 바닷가를 거니는 모습이 나온다. 저걸 어떻게 했을까? 그러나 곧 트 레보르가 입고 있는 돌고래 티셔츠가 눈에 띈다. 그 티셔츠는 지난 번 휴가 때카보산루카스에서 트레보르가 입었던 옷이다. 아마 옆집에 사는 여행사 직원이 바하 홀리데이 여행사에서 필름을 사 이스타파 풍경에다 포개어 놓았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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