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11)

"그래요. 이름이 짧게 줄어든 셈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중앙 아시아의 초원 지역에서 온 위그노 족이랍니다. 이름도 위구르말이라 발음이 불가능할 정도로 길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고비라고 부르죠." "알 것 같아요. 제 성도 사실은 줄인 거에요." "그래요? 그럼, 우린 벌써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거군요. 원래 성이 뭐였죠? "한참 긴데……. 오쇼네씨 에반스 웬츠에요." "그럴리가!" "정말이에요." "믿기지가 않는군요. 그럼 혹시……." "틀림없어요." "아니 그럼 WY 에반스 웬츠가 일가라는 겁니까? 바로 그 WY 에반스 웬츠요? "네, 그래요. 월터 일링 에반스 웬츠씨는 제 고조 할아버지의 동생이 되지요. "에반스 웬츠씨의 일가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앉다니 믿어지질 않는군요. 그 분은 제가 제일 존경하는 어른입니다. "티베트의 죽음의 서(서)"를 서방에 들여온 분이죠. 그분이 쓰신 다른 책들도 다 이제는 고전이 되었어요. "티베트의 요가와 비밀 교리"나 "티베트의 위대한 자유의 서(서)" 등 동서 양의 정신적 교류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책들을 많이 쓰셨어요."고비 는 감탄해 마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캘리포니아 본토박이시기도 했어요. 샌디에이고 출신이지요." "거기서 자라셨나요?" "그런 편이죠. 윌리 할아버지는 집안의 미운 오리새끼이셨어요. 인도나 시 킴같은 데를 가셔선 몇 년이나 소식도 없곤 했어요. 학자이시면서도 항상 방랑중이셨죠. 그분은 저희 아버님께 많은 영향을 주셨어요. 덕분에 저는 어린 시절을 티베트에서 보냈구요." 타라는 잠깐 물을 마신다.

"열네번째 달라이 라마가 라사로 돌아온 때였어요. 티베트가 다시 또 독립 을이룩한 시절이기도 했구요. 티베트를 재건하는 데에 서방의 도움이 절실할 때였습니다. 중국은 티베트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놓았답니다. 저희 어머님 은 의료 전문가이셨고 아버님은 티베트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셨어요. 원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래머이셨는데 마음의 빛을따르신 거죠." "어린 시절이 정말 멋졌겠군요." "그래요. 어떤 의미에서는 고향에 다시 돌아온 것 같기도 했구요."자신의 말에 열중한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문다.

"할아버지의 역사적인 인연을 되짚어 올라갔다고나 할까요? 모든 이가 우리를 반겼답니다. 달라이 라마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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