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미.일.유럽 HDTV 개발동향 (1)

지난 1936년 흑백TV가 영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래 발전을 거듭해온 TV관 련기술은 50년대 초 컬러TV를 거쳐, 60년대 후반 고선명텔레비전(HDTV)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선진 각국의 첨단 HDTV 개발경쟁이 불붙기시작했다. HDTV는 화질의 해상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단순한 가전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기 기와 호환이 가능, 정보고속도로의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영화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등 그 발전이 산업 각분야로파급되고 있어 뉴미디어시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다. 전세 계 국가들이 21세기 전자산업의 사활을 걸고 HDTV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는가운데 아날로그방식의 HDTV를 개발, 선두대열에서 탈락한 듯 보이는 일본의 권토중래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과 중도에 방향을 전환한 유럽의 HDTV 개발 및 상용화 동향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HDTV의 연구 및 개발에 있어 기선을 제압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지난 68년 공영방송인 NHK의 주도하에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방식 이혼용된 "뮤즈(Multiple sub Nyquist encoding)"방식을 선보였다. 뮤즈는신호를 압축하는 데는 디지털방식을, 신호를 전송하는 데는 아날로그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엄격하게 말하면 A D 절충형인 셈이었다.

한편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전자기술의 총아로 HDTV의 중요성을 인식 한미국은 일본을 추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미래기술 의주축은 결국 "디지털"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HDTV를 디지털방식으로개발 추진하기로 했다.

88년 NBC 등 방송사들과 미전자산업협의회(EIA)는 어드밴스트 텔레비전 테스트 센터(ATTC)를 설립하고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지원 아래 HDTV의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90년도에는 HDTV의 개발을 위한 업체간의 제휴 합작이 줄을 이었다. NBC, 필립스 일렉트로닉스, 데이비드 사노프연구소, 톰슨 일렉트로닉 스등이 어드밴스트 텔레비전 리서치 컨소시엄(ATRC)을 구성했고 제니스사와AT T가 HDTV 표준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편이 되었다. 이어 다음해에는 MIT대학과 제너럴 인스트루먼츠(GI)사가 팀을 이룸으로써 미국의 HDTV 기술 개발과 관련한 움직임은 3강체제로 들어섰다. 이후 이들 3개 컨소시엄이 개발 한 시스템과 NHK의 시스템, NTSC호환 EDTV시스템 등이 HDTV기술의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91년에서 92년에 걸쳐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들 시스템을 시험.분석 한결과 이들은 각기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93년 FCC가 디지털방식의 HDTV를 채택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일본 NHK의 뮤즈방식과 EDTV 시스템은 경쟁에서 탈락했다.

3개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만이 표준으로 선택될 경우 탈락업체들이 안게될엄청난 재정부담 등을 고려한 FCC는 모두가 채택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 컨소시엄이 개발한 기술의 우수한 점만을 결합하는 이른바 대연합(Gran dAlliance)결성을 제안한 것이다. FCC는 3개 컨소시엄이 대연합을 통해 공동 표준시스템을 창출할것을 권유했다. 무엇보다도 FCC는 HDTV 개발의 부진으로 일본에 대한 경쟁에서 패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FCC의 제의 이전에도 이들간의 연합 움직임은 있었다. 제니스 AT&T와 MIT GI는 상호간에 특허권 및 개발분담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어 이들과 ATRC도 합의함으로써 대연합은 거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었다.

93년 5월 이들 3개 컨소시엄은 최고의 HDTV를 탄생시키자는데 합의하고 특허기술을 공유키로 했다.

이에 따라 AT&T 및 GI는 비디오 인코더분야에, 필립스는 비디오 디코더분야에 데이비드 사노프연구소와 톰슨사는 전송시스템분야에 각각 주력하기로 했다. 또 제니스는 모듈시스템의 연구개발을 더 진전시키도록 했다. 이밖에돌비 래버러터리즈사가 HDTV의 음향부문인 AC 3 디지털 사운드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하는데 합의했다.

대연합이 개발한 HDTV시제품은 ATTC와 케이블랩, 어드밴스트 텔레비전 이밸류에이션 래버러터리(ATEL)의 주관하에 시험에 들어갔다. FCC는 표준 HDTV 를올해안에 최종 확정해 내년 애틀랜타 올림픽기간 중에 이 시스템이 시험적 으로나마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은 아날로그방식 HDTV의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상황에서 미국의 디지털방식 채택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일본은 유럽 도디지털방식을 채택하는 쪽으로 기울어짐으로써 국제적 기술추세와는 점점 더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일본은 당분간 두가지 방식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디지털방식을 지향할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일본업계는 HDTV 관련기술에서 디지털 전환기술은 미국이 앞서 있지만 디스플레이나 카메라.VCR 등 기타 관련기술 대부분은 아직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행보에 자극을 받아 개발방향을 여러번 수정해온 유럽은 디 지털방식을 채택하기로 역내 국가간에 대체적으로 합의를 본 상태다. 86년 유레카 라는 HDTV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는 유럽은 HDTV분야에서 미국 과일본에 비해 그다지 뒤진 편은 아니었다.

한때 디지털방식의 미국과 아날로그방식의 일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가운데 유럽은 세계표준화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평가받기도 했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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