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후한 광무제가 일찍이 홀로 된 누이를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송홍이란 사람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다. 송홍이 입궐하자 광무제는 누이를 병풍 뒤에 숨기고 "속담에 지위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 했는데 그럴 수 있을까"하고 넌지시 의향을 떠보았다. ▼이에 송홍이 "신 은 곤궁할 때 친했던 친구를 잊으면 안되고 조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 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거문 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불하당 라고 대답하자 광무제는 누이가 있는 쪽을 돌아보고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모 자동차회사가 그동안 꾸준히 거래해오던 전장관련 부품 협력업체를 일방적으로 그룹 계열사로 전환키로 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업체는 동사와 15년 이상 주거래해왔고 어떤 회사는 그동안 수입해오던 것을 국산대체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모두 동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아 적지않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조강지처를 위해 황제의 매부 자리를 단호히 거절한 송홍이 계열사를 육성해 기존 거래선을 교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이유로 초기부터 손발을 맞춰온 협력업체를 한순간에 버릴 수 있는 오늘의 기업풍토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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