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교환기 저가 입찰 파장

삼성전자가 데이콤의 시외전화용 교환기 입찰에서 예상외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권을 따내 국내 국설교환기 업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국설 교환기 4사중 다소 경쟁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일부 교환기 업체 에서는 이번 데이콤 입찰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경쟁업체 "고사"작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데이콤 교환기 공급가격은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아 대단 히 충격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삼성전자의 응찰 금액은 대략 1백60억~1백80억원 수준이다.회선당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대략 7만6천~8만6천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격은 그동안 국내 교환기 업체들이 한국통신에 공급해온 회선당 15 만~17만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최근 유통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이른바 가격 파괴 현상이 드디어 "관납 품목 "인 국설 교환기 분야에 진출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번 데이콤 입찰이 불러오게될 파문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교환기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국내 국설 교환기 물량의 대부분을 구매하는 한국통신의 반응이다.

그동안 4개 국설 교환기 업체들로부터 대략 회선당 15만원이상의 가격으로 국설 교환기를 구매해왔던 한국통신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낄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외전화 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데이콤측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있는 한국통신이 경쟁사업자인 데이콤에 훨씬 싼 가격에 교환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을 곱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96년도 한국통신의 국설 교환기 구매 예상물량은 올해의 90만1천회선보다 21 % 늘어난 1백9만6천회선이다.이번 데이콤의 5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기존 한국통신 공급가격인 15만원선으로 계산하면 약 1천6백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그러나 이번 데이콤 입찰을 지켜본 한국통신이 기존 가격으로 교환기를 구매 할리는 만무하다. 적어도 데이콤 수준의 가격대로 응찰하지 않고는 공급권을 따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특히 내년도 교환기 입찰부터는 미국의 AT&T가 대단히 적극적인 자세로 입찰에 참가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교환기 가격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높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통신이 구매하는 국설 교환기 시장은 당장 절반수준인 8백억원대로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교환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데이콤의 교환기 입찰을 계기로 국내 교환기 시장은 본격적인 가격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현교환기 산업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초저가 입찰이라는 "강수"를 던진 삼성 전자의 속뜻은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 선점의 의미다. 데이콤의 최초 물량의 공급권을 따냄으로써 향후 계속되는 추가 구매입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통신에 공급한 물량만으로 충분한 손익계 산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신규시장으로 부상하는 데이콤을 가격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사전 점령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향후 데이콤의 증설 물량이 한국통신을 무시할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 이를 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앞으로 계속되는 한국통신의 구매입찰에서도 데이콤과 마찬가지로 가격 공세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국설 교환기시장을 본격적인 가격 경쟁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데이콤 입찰을 두고 최근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국설 교환기 업계 구조조정 논의를 떠올리고 있다.국제 경쟁 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 4사체제인 교환기 산업 구조를 1개내지 2개로 줄이자는 구조조정 문제를 삼성전자가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이번 삼성전자의 교환기 저가 공급을 신호탄으로 국내 국설교환기 시장은 한차례 대대적인 가격 붕괴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속에 안정적인 내수 물량을 기반으로 공존의 길을 걸어온국설 교환기업계가 이른바 적자생존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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