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의 미디어연구소장이며 "멀티미디어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네그 로폰테교수는 최근 "디지털화의 길"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멀티미디어의 본질 중 하나인 디지털화에 대한 여러가지를 그 자신이 "원조" 로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첫 장에 쓴 "비트"와 원자 의차이에 대한 설명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비트는 정보의 기본단위이고 원자는 물질의 기본단위인데, 원자의 유통에는 많은 제약이 있으나 비트의 유통은 놀라우리만큼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터네트를 사용해본 독자라면 실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시사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는 "기술의 역열"이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이 기사에서 정보 기기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도 이 분야 우량기업들의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이 분야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적인 경제 논리와는 반대의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의 경제학은 "제한된 수단의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때 그수단이라는 것은 주로 물질을 지칭하는 것이고, 경제학이란 이것이 수요공급 의 관계, 즉 생산, 유통, 분배 및 소비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현대의 경제 학은 "원자의 경제학"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대학에서 배웠던 경제학과 경제이론은 바로 원자의 경제학이었던 셈이다.
"비즈니스 위크"의 "기술의 역열"에서 지적된 내용과 연관지어 보면 이제 비트가 지배하는 경제활동 즉, 비트의 생산, 유통, 분배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원자의 경제"만 보고 있다는이야기가 된다. 기존의 경제논리와는 맞지 않는 역설적인 현상이 생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비트의 경제"를 연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원자 못지 않게 인간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비트가 불러일으킬 경제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이론만으로는 부족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도 재화라고 하면 유형적인 물건뿐만 아니라 무형적인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네트의 서버에 저장된 막대한 비트는 원하는 사람에게 쓰이기 전까지는 서비스라고 보기 어렵다. 또 이 비트는 많이썼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제한된 수단"이 아니라는점에 있어서도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전적인 경제학에서는 모든 생산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세가지로 구분해서 그 관계를 생각해 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 여기에 기술을 하나 더 포함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비트로 대표되는 정보를 포함하여야 현실적 인 이론이 새롭게 정리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보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매일 생성되고 있다. 그중 상당수의 기본정보는 특별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으면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실은 국내의 PC통 신이나 인터네트의 경우만 봐도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보는 물이나 공기와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는 같은 것이라도 시간에 따라서 그 성격이 달라진다. 따라서 비트를 유통시키는 경로도 시간에 따라 그 적절성이 달라진다. 그 점에서 원자의 유통과는 다르다. 예를들어 생선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가장 빨리 유통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화로서의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정보는 다르다. 시사적인 정보라면 가능한 빨리 유통되어야 하겠지만 다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내용을 좀더 자세히 하게 되면 그 나름대로 효용성을 갖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록으로 남겨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측면에서 볼 때 비트는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는점과 그 효용이 각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 즉, "물건 값"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때문에 비트는 풍부하다는 점에서는 물이나 공기에 쉽게 비유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창작품처럼 취향에 맞는 소비자에게는 대단히 큰 가치를 갖게 된다. 비트의 여러가지 특성으로 볼 때 현대사회에서의 경제는 원자의 경제만으로 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원자의 경제만이 아니라 비트의 경제를 생각해야 할때다. 이미 우리사회는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디지털화가 사회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IT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