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HA사회에서 SW사회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계획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의 예산을 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총 45조원을 투자하게 되어 있다. 이중 통신망등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이 44조원 이상이고 그 나머지가 소프트웨어를 위한 예산 인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비해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손에 만져지지도 않고 눈으로 보기에도 하드웨어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다. 디스켓 몇 장, 혹은 CD-ROM한장이 고작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고충 중의 하나는 하고자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의 결과를 꼭 계량화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사회가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프로세서의 속도는 현재 몇 MIPS인데 그 두 배의 것을 만들겠다" 혹은 "주기억장치의 용량이 몇 MB이다"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계량화는 무척 어렵다. " 글 3.0"이 " 글 2.5"보다 얼마나 성능이 향상되었는지, "윈도즈 3.1"보다 "윈도NT"가 무엇이 더 좋아졌는지 설명하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경우, 어떻게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설명하기란 그 이전의 것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막막하기만 하다.

90년대 초 정부에서는 과기처 주관으로 G7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인공지능 컴퓨터 라는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그 프로젝트의 내용은 음성인식등 소프트웨어로 가 득차 있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G7 프로젝트에서 탈락하였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계량화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만일 "이 프로젝트는 1초에 1백55MB의 정보를 보내던 것을 6백22MB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라고 하든가, "10만 가입자가 사용하던 것인데 1백만 가입자가 사용할 수있습니다 하는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하드웨어 분야라면 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보 통신이 아닌 다른 산업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전철사업은 "현재 새마을열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반이 걸리는데 이것을 2시간 반 걸리게 하겠습니다"하는 프로젝트이다. 국민학생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좌석은 얼마나 편한지, 승무원들은 얼마나친절한지 그리고 시설은 얼마나 깨끗한지 등의 소프트웨어 측면은 국민이 전혀 알지 못한다.

이렇듯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 방식은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사람을 평가할 때도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그리고 차는 무엇을 타고 다니는지 하는 하드웨어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지 그 사람의 인간성은 좋은지, 인사는 얼마나 잘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직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점차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작년에현대자동차의 수만 근로자가 땀흘려 만들어 수출해서 번돈과 스필버 그가 만든 "주라기 공원"의 수익금이 같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나게 해주는 좋은 예이다.

지금은 서양이 동양을 발견하는 시대이다. 하드웨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서양도 그 한계에 이르러 역사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동양을 배우고 있는데 동양에서는 아직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소프트웨어하는 사람들도 DBMS분야의 TPS(Transactions Per Seco nd)나 보안 분야의 A, B, C수준과 같이 소프트웨어를 계량화하는 일에 좀더 노력을 기울여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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