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시장개방의 파고가 지평을 흔드는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세계가 신무역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는 물론 기업도 기업 나름대로 이같은 변화에 편승하기 위해 벌써부터 새로운 조직과 체제를 갖추는 데 여념이 없다.
각종규제나 제도로 묶여있던 시기에는 세계1위 상품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경우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었다.
그러나 신무역질서가 본궤도에 진입하고 개방과 경쟁만으로 승부를 결정짓는앞으로의 시대에는 시장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수 있을 것은 자명하다. 이제 자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추진되어온규제나 제도라는 우산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이 신무역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거센 개방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는 산업으로 통신분야를 꼽을 수 있다. 사회 전반의 흐름이 국제화.개방화로 치닫고 있고、 구조적으로 네트워크화된 정보사회로 발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전세계가지금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치창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초기에 선두그룹 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기술2등국으로、 영원히 선진정보에 의존하는 정보예속국가로 전락하는 위기감마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미국 AT&T사의 새로운 국설교환기종의 국내 시장참여 허용조치는 우리가 얼마나 시장개방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지난 91년 합의된 한.미통신쌍무협상에서 미국산 국설교환기의 국내 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했었다. 물론 슈퍼 301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미국의 압력에 대응하기란 쉽지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국설교환기시장개방이후 지난 2~3년간 정부나 업계가 취한 대책이 얼마나 능동적이었는 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의 TDX보다 경쟁력을 지닌 제품개발이 시급하다"는 원론만을 강조했을 뿐 정부 스스로 개발방향이나 개발주체를 놓고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교환기업체들도 AT&T사 참여 이후에도 국내 교환물량을 놓고 계속 나눠 먹기식으로 일관, AT&T사가 직접 진출한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보다는 공생 관계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 기회에 종합낙찰제 등 통신구매제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해 실질적으로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이결과 미국 AT&T사는 국내 교환시장에 직접 진출한지 2년여만에 나름대로시장 발판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고、 이번에는 국내 이 분야의 시장선점을 위해 새로운 교환기종의 대한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사업의 독점구조를 개방구조로 전환하기 위해통신사업구조조정조치를 단행하는 등 오는 97년으로 예정된 기본통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향후 거세게 몰 아닥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분야의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이분야의 사업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개방대응책은 시장개방에 앞서 국내에 몇몇 통신사업자를 지정한다고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늦어도오는 2000년안으로는 누구나 통신장비는 물론 시내.외 전화사업이나 첨단 정보통신사업 등 기본통신서비스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 다. 기존 통신시장의 대폭적인 판도변화는 물론 과연 이 시기에 누가 통신사 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2년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시장개방에 대비한 노력 은 훨씬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경쟁력있는 통신서비스、 제품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는통신시장의 개방이 단순한 제품이나 유통분야의 시장개방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와 그것을 실어나르는 정보통신망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구축되는지가 한 나라의 국가운명과 직결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통신시장 개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도 멀고 발상의 전환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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