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55)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선사의 간부들은 그런 백톨샤임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느정도 성장한 선사는 고급 워크스테이션을 만들지 않겠다는 본래의취지와는 달리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기 때문에 다른 간부들이 백톨샤임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선사는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고가의 대형 서버를 많이 판매하여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경영진들은 유닉스 분야조차도 데스크톱 PC쪽으로 선호 도가 바뀌어 가고 있고 저가 제품을 박리다매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앞으로생존을 판가름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다른 간부들에게 그 문제의 시급함을 설득시키기 못하자 백톨샤임은 대학가 를 겨냥한 컴퓨터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전 해 선사가 상장될 당시 그의 소유 주식의 가치는 2천6백만달러로 추산되었다. 팔로 알토에서조이와 함께 작은 집을 전세 내고 그전과 같은 생활을 누리면서도 그는 약 20만달러로 작은 사무실을 빌려 유니슨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는 선사를 떠날 때 주식 전체를 팔아 버리지 않았다. 또 유니슨사에서도 CEO의 자리를차지하지 않았다. 그는 비노드 커슬라를 사장에 앉히고 자신은 수석 엔지니어 라는 직책을 맡았다. 그는 선사를 좋게 떠났으며 자신의 회사에 투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선사는 처음에 그의 호의를 간과해버렸다.

3개월 후 백톨샤임이 대략적인 디자인을 보여 주자 선사는 그의 제안을 수락 하기로 하고 유니슨사의 모회사가 되겠다고 제의했다. 재산을 모으기 보다 자신이 고안한 컴퓨터를 만드는데 더 큰 관심을 가진 백톨샤임은 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든 비용을 상환해준다는 조건으로 선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게다가 선사는 그만두겠다고 하는 엔지니어들만을 채용하여 "캠퍼스"팀 에서 일하도록 해야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백톨샤임은 자기 만족에 빠진 선사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엔지니어들이긴 하지만 그 조건을 기꺼이 수락했다. 백톨샤임은 넥스트가 먼저 대학가를 석권한 다음 전 세계시장을 장악할까봐 우려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세부적인 문제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백톨샤임은 완벽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최고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그같은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 스티브 잡스와 다르다. 잡스와 다르게 백톨샤임은 99%보다 1백%의 완벽성을 추구하려면 막대 한비용이든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때때로 자기 주장을 양보했다.

경험에비추어 볼때 완벽을 기하는데는 마지막 1%가 가장 많은 비용을 필요 로하는 부분이다.

백톨샤임은 사업에 관한한 경쟁업체의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려 노력했고 시장의 흐름에 부응하는 표준을 확립하는데는 언제든지 타협에 응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타협안이 마음에 안들때에도 창업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워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캠퍼스"의 개발업무가 선사로 넘어간 이후에 엔지니어들은 백톨샤임이 지정한 모든 컴퓨터 부품을 내장하기 위해서는 케이스를 3mm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톨샤임은 선사가 "큰박스"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조담당자들이 백톨샤임의 뜻을 따르지 않고 계속 규격확대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자 그들의 뜻을 받아주었다.

선사의 경영진이나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백톨샤임은 중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넥스트는 중용이란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여길 정도로 유로피아적 공상에 빠져있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새 컴퓨터를 생산할 때 원가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기능을 위주로 할 것인가, 호환성을 추구할지 독자적 기술을 택할지 그리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것인지 복잡한 구조를 선택할 것인지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필 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넥스트사의 제품이 공개되기 전 모든 것이 안개속에 가려져 있을 때 사람들은 넥스트가 곧 선사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잡 스가 어떤 마술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 했다. 넥스트를 믿지 않던 사람들도 그런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넥스트는 중도를 택하지 않고도 잘할 수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선사의 경영진은 현실적 토대위에서 의사 를 결정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넥스트와 같은 색다른 제품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사는 넥스트사가 새 제품을 선보이기전까지 새로운 기종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그토록기다려왔던 넥스트의 제품이 예정대로 88년에 발표되면 넥스트는 컴퓨터 업계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선사만큼 그날을 기다린 기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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