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전문가에게 듣는다;나노테크놀로지와 SPM

박상일 <미PSI(Park Scientific Instruments)>사 회장

<>77년 동성고등학교 졸업

<>81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86년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 박사

<>87년 스탠퍼드대 Research Associate

<>88년 PSI사 창업

현대 과학기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것이 점차 소형화되고 작은 것을잘 이해하고 응용함으로써 더욱 발전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첨단기술의 대명사로 쓰여온 마이크로테크놀로지(microtechnology) 가 말해주듯이 "작은 것을 누가 먼저 잘 만들 수 있는가"라는 것이 기술개발 의 핵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의 주연산소자(microprocessor)와 기억소자(memory)를 비롯한 반도체 소자들은 계속 고집적.고밀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하드 디스크나 필름 등 기록매체도 더욱 섬세한 단위로 내려가고 있고 각종 기계공학도 더욱 매끄러운 표면처리와 정밀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형화 추세가 가속되다 보니 미크론(micron=0.001mm)이란 단위를 넘어서게 되고 이제는 나노미터(nanometer;nm=0.001 미크론)의 영역에들어서게 돼 나노테크놀로지(Nanot-echnology)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회로의 선 굵기가 이제는 2백50nm, 산화막의 두께가 7nm, 표면의굴곡도가0.5nm 정도의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머지않아 1개의 원자까지도 제어해야 할때가 온다고 볼 수 있다. 유전자공학을 비롯한 생체공학이나 화학공학도 분자단위의 이해를 필수로 하고 있으며 분자나 원자 하나하나를 조작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복제하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나 노테크놀로지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국책 연구과제로 채택되어 지난 수년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나노테크놀로지를 선도하고 있는 핵심기술은 지난 80년대에 발명된 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터널링 현미경)과 AFM(Atomic Force Mic roscope;원자간력 현미경)을 포함하는 SPM(S-canning Probe Microscope)이 다. STM을 발명한 IBM사의 비니히(Binning)와 로러(Roh-rer)는 86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AFM을 비니히와 공동 발명한 스탠퍼드대학의 퀘이트(Quate)교수 는 92년도 미국 대통령상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원자는 너무 작아서(0.1~ 0.5nm) 아무리 좋은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뜨린 SPM은 제1세대의 광학현미경과 제2세대의 전자현미경 다음의 제3세대 현미경 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광학현미경의 배율이 최고 수천배, 전자현미경(SE M)의 배율이 최고 수십만배인 데 비해 SPM의 배율은 최고 수천만배로서 개개의 원자를 관찰할 수 있는 분해능을 가지고 있다. 투과식 전자현미경인 TEM 도 수평방향의 분해능은 원자단위이나 수직방향의 분해능은 훨씬 떨어져 개개의 원자를 관찰할 수는 없다. SPM의 수직방향의 분해능은 수평방향보다 더욱 좋아서 원자 지름의 수십분의 일(0.01nm)까지도 측정해낼 수 있다. 이와같이 경이적인 분해능을 써서 원자의 세계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이제까지 알수 없었던 여러가지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원자 하나하나를 움직이거나 물질표면을 원자단위로 변형시켜서 글자를 쓰는 등 이제까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해내고 있다.

SPM계열 현미경 중 처음으로 등장한 STM의 기본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기화학적으로 가느다란 텅스텐 선을 식각시키면 그 끝이 아주 뾰족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맨끝에는 원자 하나만이 있게 된다. 이 예리한 바늘을 고온 에서 강한 전기장으로 더욱 예민하게 하고 부식중에 생긴 산화막을 없애면훌륭한 STM 탐침(탐침)이 된다. 이 탐침을 전기적 도체인 시료 표면에 원자1 ~2개 크기의 간격을 두고 가까이 접근시키면 비록 2개의 도체가 떨어져 있는상태이기는 하지만 그 간격이 아주 작아서 전압을 걸어주면 양자역학적 터널 링(Tunneling)현상이 일어나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땅바닥 의 작은 틈새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이 틈새가 점점 멀어지면 뛰어넘을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STM의 탐침과 시료 간격이 멀어지면 전자의 터널링 확률도 급격히 낮아져 전류가 급격히 줄어든다. STM의 탐침은 피에조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구동장치(Scanne r)에 의해 상하.좌우.전후로 움직이며 이 구동장치는 0.01nm 이하의 정밀도 를 갖고 있다. 탐침을 통해 흐르는 전류가 일정한 값이 되도록 탐침의 높이를 조정하면서 좌우.전후로 주사(주사)해 가면 탐침이 시료 위를 저공 비행 하듯이 따라가게 된다. 이때 모든 위치에서 탐침을 상하로 움직여준 값을 기록하여 얻어진 수치를 컴퓨터 화면에 밝기로 나타내면 시료의 지형을 나타내는 사진이 된다. 일단 이 사진이 얻어지면 위에서 본 형상뿐 아니라 각 부분의 굴곡도는 물론 단면도 입체도 및 각종 통계자료를 얻을 수 있다.

STM의 가장 큰 결점은 전기적으로 부도체인 시료는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여 SPM을 한층 유용하게 만든 것이 AFM이다. AFM에서는 텅스텐으로 만든 바늘 대신 마이크로머시닝으로 제조된 캔틸레버라고 하는 탐침을 쓴다.

이것은전축 바늘과 같이 아래위로 쉽게 휘어질 수 있는 막대 끝에 뾰족한바 늘을 가지고 있으며 역시 이 바늘 끝은 원자 하나 정도의 크기로 되어 있다.

이맨끝에 있는 원자를 시료표면의 원자 근처로 가까이 접근시키면 서로끌어 당기거나 밀치는 힘이 작용한다. 원자간에 상호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아주미세하지만 1nN 캔틸레버 역시 아주 민감하므로 이 힘에 의해 휘어지게된다. 캔틸레버는 길이가 0.1mm, 폭 0.01mm, 두께 0.001mm로 상당히 작다. 이 막대가 아래 위로 휘는 것을 레이저 광선을 비추어 이 막대위 표면에서 반사 되는 것에 의하여 바늘 끝이 0.01nm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측정 해낼 수 있다. 원자간에 상호작용하는 힘은 시료의 전기적 성질에 관계없이항상 존재하므로 도체나 부도체를 모두 관찰할 수 있다. AFM의 캔틸레버가 일정하게 휘도록 유지시키면 탐침 끝 원자와 시료사이의 간격도 일정해지므로 STM의 경우에서와 같이 시료의 형상을 모두 측정해낼 수 있다.

STM과 AFM이외에 시료와 탐침간의 자기력(자기역)을 사용한 MFM(Magnetic Force Microscope), 수평방향의 마찰력을 재는 LFM(Lateral For-ce Microscop e)등 계속 새로운 형태의 SPM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료의 경도(경도) 점도(점도) 탄성 등 물리적 성질, 전도성 전압 전류 등 전기적 성질, 그리고 광학적 성질 등도 나노미터 단위의 분해능으로 쉽게 측정이 가능할 것이다.

SPM은 진공상태나 대기중뿐 아니라 액체내에서도 작동하므로 살아있는 세포 내 구조나 세포분열 등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전자현미경이 진공상태에서 만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SPM의 응용범위가 대단히 넓다고 할수 있다. 기존의 어떠한 현미경이나 측정기기보다도 분해능이 좋고 더욱 다양한 성질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SPM이 나노테크놀로지에서의 눈과 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SPM은 초소형 로봇의 기능도 할 수 있어서 나노리소그라피(nan olithography;사진묘사), 나노머시닝(nanomachining;절삭) 나아가 분자의 합성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수한 기능을 가진 SPM이 아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있는 이유는 SPM이 실용화되어 보급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비가 있다는 것을 알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대부분의많은 사람들이 아직 이러한 기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SPM기술이 아직도 개발도상에 있기 때문이다. STM과 AFM 등 SPM의 대부분이 비교적 간단한 기본원리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SPM이 잘 작동 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다. 고배율 전자현미경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소음과 진동으로부터 영향을 쉽게 받으므로 이를 차폐시키는 것, 시료 표면위를 부딪히지 않고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저공 비행하는 것, 또 온도변화에 의한 열팽창을 줄이고 보정하는 것 등 상식적으로는 문제 가 되지 않는 여러가지가 나노미터의 작은 세계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기때문에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다행스런 것은 대부분의 중요한 기술적문제 가 이미 해결되었고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사실이다. SPM의 주요 용도를 보면 현재 주로 연구용과 산업용 분석.측정기기로 쓰이고있다. 연마된 광학렌즈나 증착막의 두께 및 굴곡도 측정에서부터 천연광석의 표면분석에 이르기까지 종래보다 더 작은 단위로 측정하려는 모든 곳에 활용 되고 있다. 산업용으로는 반도체의 표면굴곡도 측정, defect분석, 콤팩트 디스크 자기 디스크나 광자기디스크 등에 쓰인 비트(bit)의 모양새 조사 등에많이 쓰이고 있으며 최근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FPD(Flat Pannel Displ ay)의 제조 공정용으로도 점차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 SIA(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내쇼널 테크놀로지 로드맵"에 발표되 어 있듯이 반도체 산업에서는 SPM을 차세대 측정장비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생물.의학용으로도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쪽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SPM의 응용이 다소 늦은 편이나 곧 전도(전도)현미경과 결합된 형태의 SPM이 나오면 이의이용이 급속히 확산되리라 여겨진다. SPM은 어떤 특정한 용도를 위한 것이아니라 전반적인 관찰.측정.분석 장비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의 용도를 능가하리라 예상된다.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진공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소형이며 쓰기에도 편리해지고 있으며 일단 대량생산 이 되면 생산 단가도 훨씬 저렴해지기 때문에 머지않아 고등학교 실험실에서 도 SPM이 쓰일 날이 오리라 예상된다.

현재 SPM을 제조하는 회사로는 미국의 PSI DI, 일본의 세이코 등이 있으며이중 PSI는 본인이 7년전 창업한 회사로서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수준 을 자랑하고 있다. 더 자세한 기술문의는 PSI Korea(414 3047)에서 도와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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