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세계화 소고

"서해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우리나라 사람이 잡아오면 신토불이가 되나중국인에게 잡혀 들어오면 수입품이 됩니다." 어느 학자로부터 전해들은 이 재미있는 얘기가 요즘 세계화를 이해하는 데의미있는 예이다.

올해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따라 "지구촌경쟁시대"를 향한 첫해이며 동시에 우리나라 "세계화"의 원연이기도 하다.

금년은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영원한 평화(Perpetual Peace)"를 통해 "인류 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개별국가단위를 넘어 세계공화국(World Republic)"이 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고 갈파한 지 꼭 2백년이 되는 해이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길준이 "서유현문"을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개화, 즉 실상개화" 를 주창한 지 꼭 1백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세계화 과정은 수출, 국제화, 다국적화, 초국적화단계로 표현되고 있다. 수출을 기업의 국제화를 위한 초기단계로 보고, 다국적 기업을 초국적기업 즉 세계화된 기업의 초기단계로 본다면 기업의 발전과정 역시 크게 "국제화"와 "세계화"로 구분되리라 본다.

"국제화"단계에서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국가단위를 전제하고, 국가간 협력도 자국 경쟁력강화를 통해 추진하며, 경제교류는 수출방식을 통해 이루게 된다. 반면에 "세계화" 단계에서는 기업활동도 국가단위를 초월해 전 인류와 지구촌 수준에서 협력 및 통합을 강조하며, 국가간의 교류라기보 다는 기업들이 세계자원활용의 극대화를 위한 현지출자 및 자산의 해외의존 비율을 극대화시킨 것이라 본다.

지난해 WTO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클린턴 정부하에서 있었던 "누가 우리 기업인가?(W-ho is Us?)"에 대한 격렬한 기업 국적논쟁은 세계화를 향한 길에서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70년대 말부터 "자국인 소유 기업"을 중시하는 국기주의입장보다 "자국에 입지를 정하고 있는 기업" 을 동시에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층지주의주장이 우세해진 것도 바로 같은맥락이라 생각된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정부가 보호, 육성해야 할 기업은 한국을 모국 으로 하고 있는 기업보다 한국에 입지를 두고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상공자원부 고위관료가 밝힌 적이 있다.

세계화에 대한 시대적 인식이 적절히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활동에있어서의 세계화는 원자재의 조달, 조립 및 생산, 판매 및 마케팅 등과 고용, 자본의 조달 등 기업운영과 관련된 제반행위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종래에는 이와 같은 일련의 기업활동이 하나로 국가단위내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국산품이라는 개념이 제품의 판매 및 구매과정에서 중요한 요건이었다고 하면, 세계화단계에서는 제품의 국적개념이 희박해지고 제품자체간 상호 경쟁력이 보다 강조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간.국가간의 활발한 합작 및 제휴와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국민기업이라는 의미는 자동적으로 퇴색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GM의 폰티악르망은 독일설계, 일본 엔진, 한국 조립, 영국 마케팅의 합작품이고, 또한 GM주식의 40%가 일본기업의 것이라면이제 GM의 이익은 미국의 것이 아니라 세계인 모두의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는 제품.용역.자본 등이 전세계적으로 흐름을 갖고 있다는 구조의 인식에서 출발하며 이는 곧 어느 특정기업의 원래의 출생지보다는 그 기업이 현재 속해 있는 사회에서의 가치창출에 더 많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계화 조류에서 정보산업의 역할과 그 영향은 막중하다.

70년대초논란이 일었던 국가간정보이동(TBDF:Tran-s Border Data Flow) 은 이미 관심 밖으로 멀어졌고 이제는 누가 남보다 우수한 정보와 해결방안 을 먼저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 수준의 정보화는 세계화를 이룩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필요한 도구이며 절실한 하부구조가 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정보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고객이 세계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제간 인력 및 노하우 교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정부 또한 국가간의 장벽을 낮추어 업계의 이런 노력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일구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에 걸맞는 우리의 의식변화는 물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처리능력의 세계수준화가 필수적이며 세계 여러 곳에 있는 우수한 자원과 해결책의 파악 및 활용이 또한 극대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개인이나 기업이 홀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세계 자원의 활용을 위해 수많은 기업이 서로 손맞잡고 나아가고 있다. 영원한 경쟁업체도, 영원 한 협력업체도 없다. 경쟁관계이자 협력관계이다.

세계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세계화시대에는 나와 남의 구분이 없다. "우리"인 것이다. 세계화의 핵심요체인 정보화의 주역으로서 어떻게 하면 세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떤 방법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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