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간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에 관한 시비가 계속되면서 현행 등급 관리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가 지난해부터 사후관리체계로 변경돼 업체들이 사전 신고시 등급 을 상향해 신고할 경우 적절한 제재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가전업체들이 신고한 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사후 검증 과정에서 한등급씩 과장표시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제재책이 미약해 올해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관리체계에는 2가지 허점이 있는 것으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업체들이 국가인정 시험기관을 통해 검사 받아 신고하는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의 신뢰성이 낮다는 것. 둘째는사후 검증을 신고한 전모델을 대상으로 하지않고 특정 대표 모델만 검증、 이 결과를 기준으로 나머지 모델의 등급을 판정한다는 것.
가전업체들이 신고한 등급내용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이미 지난해 노출된 것. 하지만 올해도 이 문제는 여전할 듯 보인다. 최근 일부업체가 신고한 신형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에 대해 과장시비가 일고 있는 게 그 이유 다. S사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신고한 모델을 경쟁사에서는 자체검사한 결과 2등급 수준에 불과하다고 제기한 것. 사후관리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이이달중 이의 검증에 나설 계획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또다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사후관리방식에도 문제점은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예산부족 을 이유로 사후검증을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광고를 가장 많이하는 모델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것. 따라서 대표모델이 1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나머지 모델들은 자동으로 1등급 판정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자칫 업체들의 과장 신고내용을 합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냉장고는동일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하더라도 용량에 따라 사용하는 모터의 용량이 달라 에너지소비효율도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그런만큼 대표모델의 효율이 나쁠 경우 나머지 1등급 모델도 대표모델 등급으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업체들이 대표모델에만 집중적으로 에너지소비효율을 향상시켰을 때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모델들도 1등급 판정을 받을 수있는 불합리한 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제품과 2등급 제품간 월간 소비전력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차이는 1천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절약시책이 이제 국민 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확하지 못한 등급 부여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다. 이는 에너지절약시책 자체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는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이번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시비 대상품인 냉장고에 대한 검사를 이달에 실시하더라도 결과는 5월쯤에 나오게 된다. 한마디로 냉장고가 이미 어느 정도 팔리고 난 다음에 정부기관의 인정등급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은 제조업체의 신고등급이 그대로 통용된다. 또 판정결과가 과장 됐다 하더라도 업체에 대한 제재는 시정조치뿐이다. 그런 만큼 제조업체는 아니면 그만"이라는 심보로 무조건 1등급으로 내놓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관계자들은 에너지소비효율 표시체계를 다시 사전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또 사후관리방식을 취하더라도2개이상의 공인검사기관의 성적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어느경우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에너지소비효율을 표시할 수 있는관리체계로 바꿔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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