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2.4분기부터는 제시가격에 따라서는 발주를 중지하고 타사로 구입처를옮기겠다. 지난해 12월초, 미국을 방문한 일본의 한 대형 액정디스플레이(LCD)업체의 임원은 미국의 최대 PC업체인 컴팩 컴퓨터사의 담당자로부터 갑자기 이같은통보를 받았다. LCD의 최대 수요처인 PC업체로부터의 노골적인 가격인하요구 다. 그 임원은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고만 응답했다. 그러나 그 일을 계기로 컴팩사의 요구대로 LCD가격은 급속히 하락했다.
"제2의 반도체"로 각광받는 LCD시장이 적어도 가격면에서 격동기에 돌입했음 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LCD는 PC용 수요를 지렛대로 급속히 팽창、 시장규모 1조엔에 육박하고 있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겨냥、 일본의 관련 제조업체들은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업체들을 비롯한 신규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몇개월전부터 과열경쟁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일기 시작했으며 이는 급속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화상용으로 TV 수준 의 화질을 나타내는 박막트랜지스터(TFT)방식 LCD의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에 15~25% 내렸다"고 NEC의 LCD담당이사는 밝힌다. 지난해말 약 11만엔이 었던 10인치 패널의 경우 현재 8만엔대로 떨어졌다. 정지화상용으로 TFT방식 에 비해 저가인 슈퍼트위스티드네마틱(STN)방식 LCD도가격이 내려가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가격하락에도 PC제조업체들은 만족하기는커녕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PC의 저가격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마이크로 프로세서(MPU) 등에 버금가는 주요부품 LCD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은 높아질뿐이다. 도시바의 한 담당자는 "PC업체는 금년말까지 10인치의 TFT방식 LCD 를 6만엔대까지 내리려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중 TFT방식 LCD가격이 5만엔 전후에서 형성될 것이라는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PC업체들은 이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LCD업계 당사자들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하락도 LCD시장의 확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이견은 없다. 닛 세이기초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내 LCD생산액은 94년도에 전년비 39% 증가한 5천6백억엔이었으며 올해는 전년비 34% 증가한7천5백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가격하락을 감안하더라도 96~97년에는 시장규모 1조엔은 무난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산업분야에서 반도체나 PC에 버금가는 대형시장의 탄생이다.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에게는 최대의 산업인 셈이다. 이를 배경으로 일본 LCD업체들은 설비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대업체 샤프는 금년중 미에(삼중)에서 일본 최대공장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또 도시바와 일본IBM의 합작사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DTI)사도 증강을 예정하고 있다. 이 결과、 일본의 TFT방식 LCD 생산능력은 94년의 10인치 패널 환산으로 월간 50만매에서 연내 1백만매를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품귀현상이 사라지고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즉 판매자 중심에서 구매자 중심으로 시장양상이 바뀌는 것이다. 미국PC업체들이 가격협상에서 고자세로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신규참여도 시장양상변화의 한 요인이다. 금년중 생산을 본격화하는 양사의 생산규모 계획은 월간 10만매 정도로 수급에 미치는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미국PC업체들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 으로 한국 업체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LCD의 저가격화로 업체들은 꾸준한 수익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잇따른 공장확장 계획으로 투자부담도 무겁게 됐다. 이제 문제는 투자자금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키냐 하는 점이다. 격동기를 맞은 LCD시장에서 이후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인지 그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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