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영상진흥법"제정에 대한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이 법안의 골격을 짜면서 기존 영상관련 법률인 "영화법"을 비롯 "공연 법""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등을 모두 통합 정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올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될 영상진흥법의 입법취지는 21세기 국제영상화시대 에 대비, 국가주력 산업으로서 영상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이에 대한 국가적 육성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때문에 영상산업을 진흥할 법을 제정 하면서 기존 유사한 관련 법률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도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영상진흥법의 제정 논의가 영화인 협회가 내놓은 "영화진흥법시안"에 서 출발한 점을 상기할 때 혹여 영화업이란 특정 업종에 치우친 법안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 경우 제2의 "농안법" 과도 같은 파동이 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영상진흥법 시안도 나오기전인 지금부터 영화계가 영화인과 극장측으로 양분돼 서로 유리한 입장을 확보 하기위 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영상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비디오제작사 들도 음반 협회를 중심으로 입지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비디오제작사들은 영상진흥법이 영화인들만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져 자신들에게는 "개악"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기존 법률이 이 법에 통합될 경우 "생존의 문제로 규정, 거세게 반발할 움직임이다. 영상산업의 기본이 영화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영화업은 영상소프트 웨어개발이 핵심이다. 반면 비디오등 영상업은 영상소프트웨어를 기기에 담아 상품화하는 이른바 제조와 유통이 핵심이다. 영화라는 줄기는 같지만 영화업과 영상업이 실제 산업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관련업계의주장은 업종별로 마련돼 있는 기존 법률을 굳이 영상 진흥법이란 우산속으로 통폐합할게 아니라 독소조항을 폐지, 민간중심으로 산업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개정해 그대로 유지시키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신 새로 제정되는 영상 진흥법은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한시적인 육성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이다.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을뿐 요즘 법률이 세분화. 전문화되는 추세에도 알맞다는 생각이 아니다. 특히 뉴미 디어시대에서의 음반.비디오산업은 영화및 TV등 대중매체산업과 다른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해당 법률이 없으면 몰라도 이미 있는 법률을 대안 도 없이 폐기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날 국제화시대에서 모든 국가가 제반기술 산업을 전문 분야별로 세분하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것만 봐도 그렇다.
만약영상진흥법이 기존 관계 법령을 통합 정리해 만들어 질 경우 알맹이 없는 법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행 문화예술 진흥법은 명칭만 문화예술이지 영상산업을 보호.육성할 규정이 충분히 담겨져 있다.
하지만이 법이 허울뿐인 법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산업을 육성할 제도적 경제적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상진흥법도 이 점을 감안, 영상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지원할 수 있는 알맹이 있는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관계 법률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 제도적. 경제적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와 함께 이 법을 제정하는데 있어 문체부와 상공부만 관여 차후 관련 부처와 협의할 게 아니라 아예 초기 부터 재무부 기획원 공보처 체신부등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해야한다고 본다.
정부가최근 잇따라 발표한 영상산업 발전정책을 보면 대기업들의 영상 산업 에의 참여를 상당히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가 이러한 의식으로 영상 진흥법을 제정할 경우 그동안 이 산업을 주도해온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 이 없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상진흥법이 제구실을 할 수 있는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이에 관여하고 있는 부처뿐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인식전환 이 필요하다. 문체부나 상공부등이 영상업을 "지식서비스산업(준제조업)" 또는 " 신산업"으로 분류하는등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보는 영상산업은 아직 현실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의영상 산업은 단순히 "경쟁력없는 오락상품"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기본이자 미래산업의 주력업종"이다. 이같은 인식전환 위에서 영상진흥법 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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