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이기자 세제 및 금융지원

주요 주기판 생산 업체인 S사는 지난해 6월 눈물을 머금고 제품 생산을 전면중단 대만산 보드 수입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회사는 경영 악화를 자체 점검한 결과 보드 생산시 금융비용이 차지 하는비율이 생산원가의 20~30%에 육박, 마진폭이 협소할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대만산 수입품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멀티미디어 전문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C씨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중소 주변기기 업체들이 대만을 앞지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고정비용으로작용하는 세금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 지원 등이 대만에 비해 크게 불리하기 때문에 대만보다 생산원가가 10~20% 이상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하소연은 대만과 한번이라도 수출입 거래를 추진한 경험이 있는 기업 이라면 어디든 쉽게 들을 수 있다.

대만개미군단이 우수한 생산설비와 인력을 갖춘 국내기업을 쉽게 따돌릴 수있었던 것은 대만의 금융제도와 세제의 공이 크다.

대만의중소 업체들은 일정한 요건만 갖춘다면 담보없이도 금융 기관에서 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만기업이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신용대출로 일명 기한부환 어음이라 불리는 "유선스(Usance)"를 꼽을 수 있다.

유선스는 30일, 60일, 90일 등 일정기한을 정해 대금을 결제 하는 방식으로 수출 업체가 미리 자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부담을 크게 줄일수 있는 제도이다.

특히대만은 기업의 수출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유선스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에따라외국에 제품을 수출하려는 대만기업들은 수입업체들이 개설한 신용 장과 제품 주문서를 받는 즉시 은행을 찾아가 자금을 융자 받는게 관려로 돼있다. 수입 업체가 결제할 금액에서 금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미리 당겨쓸수 있기 때문에 대만 중소업체들은 자금압박 부담이 전세계 어느 기업보다도 적은 셈이다.

따라서확실한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샘플 몇 개만을 제작, 외국에 보내 수출주문을 받고 은행으로부터 융자받은 돈으로 부품을 구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대만이중소기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국내에도 유선스 규정이 적용되고 있지만 관세율 5% 이하의 품목에 항해일수 10일 이상의 원거리국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업체들이 이용하기에는 까다롭고 비현실적이라고 관련업체들은 지적한다.

대만중소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하는데 버팀목이 되고 있는것으로 파격적인 세제규정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은전 품목에 대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한 5%의 부가가치세를 일괄 적용 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간접세의 일종으로 제품원가에 직접 반영되므로 제품의 가격경 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금이다.

대만은또 주변기기 수입품에 대해 수입관세를 1%로 일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8%에서 20%까지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한국과는 커다란 차이 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컴퓨터를 포함, 주변기기 부품의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칩세트와 핵심부품들이 수입품이라는 현실을 감안해 볼때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 장벽이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함께수출용 부품에 부과된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구비해야 하는 서류가 매우 많고 절차와 규정도 까다로와 국내 중소업체들는 제품 원가의 3% 에서 많게는 7%에 육박하는 관세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만의금융제도와 세제를 잘 알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국산 주변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비관적으로 단정짓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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