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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IC 업체 매출 추이. <자료=IC인사이츠>

지난해 아날로그 집적회로(IC)를 생산하는 글로벌 상위 10개 기업 매출이 전년보다 1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기업 시장점유율은 60% 정도지만, 국내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아날로그 IC는 IT 제품 필수 부품일 뿐만 아니라, 꾸준하게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제품군이어서 국내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아날로그 IC를 생산하는 기업 글로벌 상위 10개 중 8군데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아날로그 IC는 시스템반도체 중에서 빛, 소리, 전력 등 아날로그 신호를 관리하는 반도체 종류다. 일례로 디스플레이 구동 IC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장착돼 각 픽셀이 알맞은 색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이미지센서는 외부 빛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등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신호를 연산하고 제어하는 디지털 반도체보다 시장은 작지만, 사물인터넷(IoT)와 인공지능(AI), 전자 제품 기능 증가로 아날로그 IC 활용도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업체별로는 글로벌 아날로그 IC 시장에서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108억달러(약 13조원)를 기록하면서 1위에 올랐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매출은 산업 애플리케이션,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사업, 생활가전 분야에서 골고루 실적을 올리면서 전년보다 9% 늘어났다.

인피니언은 14% 증가율로 10개 업체 중 가장 매출이 많이 늘었다. 전장사업과 전력관리 방면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등 '유럽 3인방'은 이 시장에서 15% 점유율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IC를 '알짜' 시장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반도체만큼 최첨단 공정을 필요로 하거나 CPU처럼 대량 양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전자 제품에서 '없으면 안 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는 설계 전문가 수도 제한돼 있다.

업계 전문가는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를 익히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주요 아날로그 IC 업체에 입사만 하면 디지털 반도체 업체 설계 인력보다 연봉을 30~40% 정도 더 높게 쳐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시장에서 60% 점유율을 차지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개선된 기술로 이들 대열에 합류하면 이들처럼 꾸준한 성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국내 아날로그 IC 설계 인프라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아날로그 IC를 설계하는 기업이지만,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 관련 업계가 부진하면서 미래 아날로그 IC 설계를 이끌어갈 인력이 고갈된 것도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활성화 방안을 토대로 설계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석 연세대학교 교수는 “아날로그 IC 설계를 지도할 수 있는 교수진도 없고 한 해에 배출되는 몇 안 되는 인력들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라며 “꾸준히 늘어나는 아날로그 I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