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히 있다. 바로 내가 내린 ‘결정’이다.

우리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놓고도 수 없이 흔들리곤 한다. 조금만 결과가 좋지 않거나 제3자가 ‘별로’라고 하면 금세 결정을 바꿔버린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흔들리지 않는 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두 번의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혹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결정을 쉬이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해에 두 번, 빌보드 200차트 1위 등극에 이어 빌보드 소셜 50차트 57주 연속 1위 기록을 이어나가며 저스틴 비버의 신기록을 갈아치운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보면 자신들의 결정에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이 데뷔 초부터 결정한 ‘힙합 아이돌’이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온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이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달콤한 사랑 고백 노래로 데뷔를 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얌마, 네 꿈은 뭐니?’라는 랩 중심의 곡을 들고 나와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게다가 정통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화장하고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들이 무슨 힙합이냐’라며 비난을 받았다. 악플이 쏟아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프로듀서인 방시혁은 자신들이 결정한 ‘힙합 아이돌’이라는 색을 고수했다. 그 결정이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2013년 데뷔 당시 주목받지 못했고, 비난을 받았던 방탄소년단은 랩을 중심으로 한 음악적 색채를 끝까지 유지했다.

이러한 결정을 고수한 결과, 운이 더해지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국 유명 유튜버가 방탄소년단 <쩔어>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을 올린 것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전 세계적인 팬덤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거듭되는 실패와 비난에 흔들려서 컨셉의 노선을 바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로 결정을 판단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결정을 한 것이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나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던 방탄소년단의 ‘합합 아이돌’ 컨셉은 나쁜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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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는 자신의 저서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에서 결과는 결정과 운의 합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결정이어도 운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음주운전을 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고 음주운전이 좋은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운이 따라준 혹은 운이 따라주지 않은 몇 번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결과로 판단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정과 결과를 분리시켜서 봐야 우리는 비로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결과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결정’ 자체에만 집중을 하라는 말은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면 흔들리지 않는 결정은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단순결과보다 결정의 과정에 초점을 더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신지선 기자 (j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