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간편결제 난립으로 한국이 세계 M커머스 시장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강력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중국과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여러 차례 시도한 통합 결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는 기업 간 입장 차와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기존 카드 결제가 보유한 5% 남짓 시장을 놓고 30여개 결제 플랫폼이 경쟁을 하고 있다. 소비자 결제 보편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2~3년 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관련기사 5면>

2일 정보통신(IT)·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삼성페이로 촉발된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신용카드 결제 시장 일부만을 대체하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수년 내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결제 플랫폼 정도만 생존할 수 있다는 부정 의견이 나온다.

일평균 국내 간편결제 거래액은 1000억원을 상회한다. 그러나 미국 페이팔·애플과 중국 알리페이·위쳇페이처럼 실사용자,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가져간 사업자는 없다.

회사별로 독자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상호 호환도 안 된다. 간편결제 주류인 밀레니엄 세대마저 쏟아지는 간편결제 서비스에 피로감만 누적되는 상황이다. 소비자 상당수가 처음 출시된 서비스를 호기심 차원에서만 이용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용카드 거래액 대비 간편결제 비중은 약 3% 수준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디바이스 제조사는 물론 유통, IT기업, 전통 금융사까지 독자 체계 간편결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신용카드 기반으로 신용카드 구매 시장 일부분만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 규모만 약 700조원에 이르지만 누적거래액 10조원을 넘긴 곳은 삼성페이가 유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페이 4조4000억원, 페이코 3조원, 카카오페이 2조5000억원, 시럽페이 5000억원 정도 수준이다.

반면에 미국 페이팔은 미국 결제 시장 51%를 넘어섰다. 애플페이는 약 11%로, 이들 두 공룡 기업이 근거리무선통신(NFC) 플랫폼 진영을 형성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여기에 비자·마스터 카드를 끌어들이면서 사실상 간편결제 통합 세력을 구축했다.

중국은 QR코드를 바탕으로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시장을 양분했다. 알리페이는 중국 시장 54%, 위쳇페이는 39%를 각각 점유했다. QR이라는 통합 플랫폼을 형성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대 디지털 허브로 떠오른 인도는 페이티엠 플랫폼이 시장을 평정했다. 인도 국민 약 13억명 가운데 1억5000만명이 페이티엠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도 페이티엠을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힘을 싣고 있다.

핀테크 언더뱅크로 떠오른 케냐도 엠페사를 통해 시장점유율 80%를 확보했다. 페이팔과 제휴,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했다.

지난 3년 동안 한국은 간편결제 요람, 테스트베드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애플페이와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가 한국 진출을 타진했고, 중국 알리페이와 인롄 등은 한국 사업자와 손잡고 진출을 가속화했다.

기존 카드 전유물로 여겨져 온 지급결제 시장은 큰 변혁을 맞았다. 그러나 한국은 뒷심 부족으로 오히려 각종 페이가 난립하고, 표준화된 통합 기술 부재로 소비자가 간편결제를 외면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4대 진영으로 꼽히는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의 간편 결제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그 사이 중국, 미국 등은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소비자 소비 패턴을 통일했다. 한국이 결제 방식 편의성에만 신경 쓰고 있을 때 QR나 NFC 기술 진영을 형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은 종속 위협에 직면했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전자지불결제 서비스는 모바일기기에 여러 카드를 등록시켜서 비밀번호로 결제하는 플랫폼이 대다수”라면서 “상호 연동될 수 있는 플랫폼(규격) 통합과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같은 혁신 기술을 탑재한 모바일결제 플랫폼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표]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자료-핀테크산업협회)

쏟아지는 간편결제, 10조원대 거래 '삼성' 유일...디지털결제 식민지 '위기'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