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통신 표준 협력도 제안...남북경협 등 새로운 전환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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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북한도 통신산업 발전이 중요하다”면서 과학기술·통신 분야 표준화를 제안했다. 남북 관계 전환에 맞춰 경제협력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된다.

북한은 2년 8개월여 만에 북측 시간을 서울 표준시로 통일하기로 했다. 30분 차이로 엇갈리던 남북 시곗바늘이 일치된다.

남북은 북한 핵실험장 폐쇄 때 대외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공유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 시기를 '5월'로 구체화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국제사회에 단계별로 투명하게 공개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남북정상회담 추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를 서울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과거 남북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일본 '동경시'를 사용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 청산을 내세워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새롭게 '평양시'를 만들었다.

윤 수석은 “표준시 통일은 북측 내부적으로도 많은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라며 “김 위원장 결정은 국제사회와의 조화와 향후 예상되는 북미 간 교류 협력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4·27 남북정상회담 때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표준시 때문에 혼선을 빚었다.

한반도 시차를 없애면 앞으로 이어질 남북 경협 재개가 보다 원활할 전망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표준시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의미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써 다시 국제사회에 나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부소장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시간을 조정하면서 물류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시간이 통일되면 남북 경협 등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표준시 채택 결정에 남북 미래 산업협력을 위한 다른 표준도 맞춰나가자고 현장에서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측이 과학기술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북한도 통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텐데, 이러한 분야 남북 표준이 다른 것도 맞춰나가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제안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향후 통신 분야 등에서 표준화 연구가 기대된다. 남한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앞선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췄다. 3세대(3G) 통신망을 운영하는 북한으로서는 우리 통신사업자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자국 경제발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 우리와의 과학기술 협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 폐쇄를 다음달 실행할 것이라는 의사도 밝혔다.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전문가와 언론인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문 대통령도 환영했다. 양 정상은 북측이 준비되는대로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 등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 5월 말~6월 초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조치는 다음달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 의지를 기반으로 북미 간 눈높이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