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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정부 혁신 성장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올해 첫 혁신 성장 점검회의 일정도 못 잡았다. 청와대는 당초 3월 말에 각 부처의 혁신 성장 성과 점검 자리를 마련키로 했지만 다음 달로 늦췄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혁신 성장은 '포용적 분배 정책'에 밀려 동력을 잃고 있다.

8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 혁신 성장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국회 대정부질의 등으로 또 연기됐다”면서 “4월 중순 이후에는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일정으로 말미암아 대통령 주재 행사 일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혁신 성장 점검회의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면서 “5월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11월 말에야 처음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새 정부 출범반 년 만의 일이다. 혁신 성장은 소득 중심 정책에 밀려 '찬밥 정책'이 됐다.

혁신 성장은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공정 경제'와 함께 문 정부 경제 정책 3대 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전략회의에서 “사업이 명확히 보이지 않으니 혁신 사업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 지시에도 혁신 성장 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 공정화 등 공정 경제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최저 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기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분배 위주 친노동 정책만 쏟아졌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 성장 15대 주요 대책을 연말까지 내놓고 올해부터 정책 실행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일부 대책만 발표됐다. 인공지능(AI), 드론,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등 13개 분야 혁신 성장 동력도 세부 실행 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일자리와 직접 연계한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창업 지원책 외에 신산업 육성 혁신 성장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구호처럼 외쳤지만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규제 혁신도 더디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 기업이 체감할 만한 규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도 제도 정비가 늦어져 우왕좌왕하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대학입시 정책, 환경부의 현장과 동떨어진 재활용 쓰레기 대응 등 부처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지만 각 부처의 행정 시스템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보좌관 역할을 강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석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 규제 혁신과 기술 집약형 혁신 성장 정책을 전담할 '혁신비서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임규건 한양대 교수는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신기술 규제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하고, 속도와 타이밍도 중요하다”면서 “기술 집약형 혁신 성장을 이끌 청와대 내 전담 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