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km 당 전기사용량 따라…예산남용 막고 기술향상 동기 부여

우리나라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제도가 6년 만에 바뀐다. 순수 전기차에 일괄 지급하던 구매 보조금을 내년부터는 주행 거리나 전비(㎾/㎞)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한다. 예를 들면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Bolt)'는 전액 다 주지만 전비가 떨어지는 테슬라의 '모델S'는 깎이는 구조다. 무분별한 보급 예산 남용을 막고 전비를 높이기 위한 자동차업계의 기술 고도화에도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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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시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국내·외 다양한 전기차가 '중앙네거리∼종각네거리' 구간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31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8년도 전기차 보급 지침'에 전기차 에너지 효율과 배터리 용량 등을 적용한 보조금 차등방식을 도입한다.

2013년 전기차 민간 보조금 지원을 시행한지 6년 만의 변화다. 내년부터 국내외의 다양한 신형 전기차가 쏟아짐에 따라 무분별한 예산 남용을 막고 정부의 친환경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별다른 신기술 없이 매년 같은 전기차 모델로 보조금 혜택을 누려 온 일부 제작사의 차량도 걸러지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은 환경공단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만 거치면 일괄 지급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전기차 1회 충전 후 주행 거리를 겨울철과 여름철 변화에 따른 기준 등을 적용, 산정한다.

또 무작정 배터리 용량만 키워서 주행 거리를 늘린 전기차 역시 보조금 전액을 받지 못한다. 물리적으로 배터리 용량만 늘리면 차 무게에 따른 전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년의 전기차 정부 보조금이 올해와 같은 1400만원이 유력한 상황에서 전비와 주행 성능이 모두 뛰어난 GM '볼트(Bolt)'는 보조금 전액 지급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보다 주행 거리가 짧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나 중량 2톤에 가까운 테슬라의 '모델S' 등은 전액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고가 전기차 모델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내년도 기준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차 민간 보급 주무 부처 입장에서 가격을 제한하는 건 보급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조금 지급 방법도 일부 개선한다. 지금까지는 해당 연도에 전기차 출고가 안 되더라도 최대 이듬해 2개월까지는 보조금 지급을 유예시켜 줬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실제 출고 순서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차량 인도 없이 보조금을 선점하는 일부 업체의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8년 전기차 민간 보급 지침'을 다음 달 공개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제 공인 주행 거리와 겨울철 주행 거리가 달라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들의 고충을 반영, 내년부터 보조금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면서 “세부 내용을 구체화한 최종안을 이르면 다음 달 공식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M 볼트(배터리 용량 60㎾h) 공인주행거리는 383㎞이고,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8㎾h)과 테슬라 모델S(90㎾h)는 각각 191㎞, 378㎞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에 주행거리와 전비를 따지면 볼트가 가장 높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