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제반대 입장 철회…영업비밀 유출 등 논란 예상

LG전자가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과 관련해 지원금과 장려금(리베이트) 일괄 공개라는 파격 방침을 확정했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휴대폰 지원금과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분리, 모두 공시하자는 게 핵심이다. 조만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영업비밀 공개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한 LG전자의 최종 입장이다. 사실상 제조사·이통사·유통점의 영업비밀 등 대외비를 공개하자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달 분리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회의 판단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휴대폰 유통 시장의 혼탁을 막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LG전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지만 제조사가 부담하는 휴대폰 지원금에는 유통망을 보조하는 리베이트가 있다”면서 “리베이트도 이통사와 제조사의 기여분을 명확히 공개해야 분리공시제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휴대폰 지원금의 투명성 확대와 함께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른바 공짜폰 등 유통점 과열·출혈 마케팅의 근본 원인이 이통사, 제조사의 리베이트인 만큼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휴대폰 유통의 투명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휴대폰 유통의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소비자 불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원금과 리베이트 일괄 공개에 따른 제조사의 영업비밀 노출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해 LG전자는 빈약한 논리라고 일축했다.

LG전자는 “통신사 경쟁 상대는 국내 통신사지, 미국 버라이즌이나 AT&T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국가별로 경쟁사, 시장 구조, 유통 환경이 달라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이 같은 방침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소비자는 지원금과 리베이트 일괄 공개가 휴대폰 시장 혼탁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환영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휴대폰 대란이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스폿성으로, 평소보다 2~3배 늘어나는 리베이트 때문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제조사와 이통사가 리베이트를 공개하면 휴대폰 유통 시장의 투명성 확대는 물론 과다 지원금 지급 등 불법 행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반겼다.

일각에선 일괄 공개가 지원금 확대에 이어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는 장기 효과도 기대했다.

이와 달리 이통사와 제조사, 유통점은 LG전자의 방침에 반대를 표시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동일한 단말이라 해도 계약 조건에 따라 이통사별 유통망 리베이트를 다르게 책정한다”면서 “계약상 비밀을 공개하는 건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의 본래 취지는 지원금 투명성 확대”라며 리베이트 공개에 반대했다. 유통점도 마찬가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분리공시제와 리베이트는 무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