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팔지만 신분증 보관·지원금 살포 등 부작용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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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집단상가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가 모이는 이른바 '성지(聖地)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법 페이백은 물론, 신분증 보관 등 일탈 사례가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무력화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 피해도 우려된다.

규제 기관의 업무 공백에 이통사가 무조건 단속만 할 수 없는 복합적 상황이 집단상가를 더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집단상가 자체가 아니라 위법과 일탈을 자행하는 집단상가가 문제라고 말한다.

휴대폰 판매점이 특정 지역에 집결하는 집단상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1년 이내 문을 열었거나 열 예정인 집단상가가 10곳이 넘는다. 부산, 창원, 김해, 울산 등 부산·경남은 물론 수도권(부평)과 대구, 대전에도 집단상가가 들어섰다. 적게는 10개, 많게는 50여 판매점이 입점했다.

근래 집단상가 특징은 자연발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가 한 층을 통째 임차한 다음 칸막이를 설치, 부스별 판매점주를 모집한다. 기업·기획형 부동산과 흡사하다. 문제는 집단상가 영업방식이다. 고객 신분증을 보관하다가 이통사 '정책(리베이트)'이 좋을 때 특정 판매점에서 일괄 개통한다. 고객 신분증 보관 자체가 불법이다.

집단상가는 가입자 유치 실적이 좋을수록 많은 리베이트를 준다는 점을 이용한다. 소위 '몰아주기'다. 리베이트는 각각의 판매점이 나눠 갖는 구조다. 지난달 말 집단상가는 공시지원금을 상회하는 50만원대 지원금을 살포하며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서울·부산 대형 집단상가 5곳은 1월 번호이동시장 10%를 차지했다. 전체 판매점의 2%에 불과한 집단상가 위력이 드러난 것이다.

집단상가 개점이 늘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고객 신분증은 개통 이후 휴대폰과 택배로 전달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명의도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단상가에 신분증이 널린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는 이통사 사전승낙 없이 영업한다. 집단상가로 인해 기존 유통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집단상가에 대한 유통점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고객을 빼앗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하소연이다. 집단상가 주변 판매점 운영자는 “집단상가는 몰아주기를 이용해 리베이트 특별대우를 받기 때문에 경쟁이 안 된다”면서 “집단상가가 들어온 후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상가는 일반 매장보다 리베이트가 20만원 이상 많다”고 했다.

집단상가는 감시 사각지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상임위원 임기 만료 등으로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는 집단상가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감시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달 집단상가 판매자가 이통 3사 본사에서 '시장감시단 운영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했다.


이들은 “리베이트를 많이 주면서 단속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상가의 판매 방식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이와 동시에 집단상가의 위법과 불법을 방치할 경우에 이동통신 시장이 단통법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