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을 대하는 자세

지난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답보 상태에 있는 규제 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면서 “민주당이 일부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우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대다수 성실한 기업을 우선해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의 이 말은 여당인 민주당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투영한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가운데 '공정경제'에 방점을 뒀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정책 기조는 과거 일부 대기업의 정경유착, 협력사 옥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또는 기업과 가계 간 소득 불평등 부작용을 생각하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대기업 수출 위주 성장 정책으로 발전했지만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처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서민 소득을 높여서 성장을 추구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한다.

문제는 경제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쇼크' '참사'라는 단어가 고용과 일자리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됐다. 산업 협·단체와 기업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찾아가 규제 개혁과 경제 법안 처리를 '읍소'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상법이나 집중소송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대기업 중심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한국 경제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이 아니면 이른바 '적폐' 경제를 뿌리 뽑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는 풀리지 않고 기업을 '적폐'로 바라보는 여당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적폐가 될 수 있다.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처럼 튼실한 중견기업과 혁신 창업 기업이 꽃 피울 기회도 사라질 수 있다.

굳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을 빌린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성장의 동력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