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설립에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업계가 장시간 집중 근무를 통해 성공적으로 신작을 출시하고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노조 요구대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면 성장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런치 모드를 없애려면 일정과 인력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며 “일정을 늘리면 출시 일정을 못 맞추고 인력은 쉽게 늘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적절한 보상 수준을 찾는 것으로 타협해야 한다”며 “포괄임금, 근무시간을 볼모로 운영 및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은 흥행산업이다. 완성도만큼이나 출시 시점이 중요하다. 라이브 중인 게임이나 개발 중인 게임 모두 그렇다. 일정 부분 집중 근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근무환경 개선 운동을 진행한 넷마블은 2018년 1분기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4월에야 올해 첫 게임 피싱스트라이크를 내놓았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올해 2월 “중국과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플랫폼 확장과 자체 IP육성, AI 게임 개발, 새로운 장르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마블의 일하는 문화 개선 직후에 나온 이야기라 업계는 근무시간 조정에 따른 속도 경쟁 하락으로 풀이했다. 앞서 넷마블은 속도전을 가장 잘하는 회사였다. 한 해 신작 라인업이 20개에 육박하는 회사였다.

게임 방향성 간섭도 걱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품에 개발자 개인 목표를 녹이려는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개발 라인 힘이 강한 회사에서는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 많다”며 “의견 조율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기반 쟁의 문화가 게임 업계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도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게임 이용자는 “게임 운영 특성을 모르고 업계에 들어온 건가 의심이 든다”면서 “버그에 서버 떨어졌는데 파업한답시고 빨간 띠 두르고 책임을 회사 탓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 이용자는 이어 “개발자가 넘쳐나서 취직이 힘든 시대”라며 “이용자가 다 떠나 시장이 황폐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