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주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신중해야

소주·맥주 등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술도 담배처럼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위해 요인이기 때문에 소주나 맥주에도 건강부담금을 매기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반발이 거세다.

주류에 별도 부담금을 매기면 소주와 맥주 가격이 20~30%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다시 거세진 상황이다.

파문이 일자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주류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 재원 발굴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 이사장의 해명에도 주류업계에서는 사회 동의를 거쳐 술에 죄악세를 매기려는 수순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소주와 맥주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른다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서민이 받는다.

간접세는 소득이 적을수록 조세부담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주류에 건강부담금이 부과되면 그로 인한 서민 체감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소주와 맥주에는 이미 많은 세금이 부과돼 있다. 맥주는 원가 72%를 가산한 주세와 주세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이를 모두 합한 금액에 10%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부담금까지 얹으면 가격은 약 20%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른 구매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조세 저항과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서민의 술에 대한 조세 저항은 생각보다 완강할 수 있다.

실제 술에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면 가격이 3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인상 전 담배에 부과된 건강증진부담금 354원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출고가에서만 최대 30%가 넘는 가격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세율 조정을 통해 건강증진부담금이 약 5% 적용된다 하더라도 일선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소주와 맥주 가격 상승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건보 재정은 올해 약 1조1000억원, 내년에는 3조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20조원에 이르는 적립금도 2026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서민 주머니를 털어 메꾸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간접세를 올려 세수를 확충하는 방안은 후진국에서나 추진하는 행태다.

비음주자 입장에서는 음주로 인한 질환자에게 세금으로 치료비를 부담해 주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담배의 경우에도 세금을 높였지만 흡연자가 병에 걸리면 건보료에서 일정 부분 치료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비흡연자 부담이 커지는 것과 같다.

주류에 매길 부담금은 담뱃세 인상에 이어 국민건강을 내세운 제2의 꼼수 증세가 될 수 있다. 내년도 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한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공법이 아니라 여론을 살피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간보기도 불편하다. 정부는 투명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재정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