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 표준연 음향연구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음향동.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이 곳에서는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소리'를 접할 수 있다.

1층에 있는 방의 철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향실'이다. 보이는 것 부터 생소하다. 작은 회의실 정도 크기의 정방형 공간 모든 곳에서 스펀지 면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세로로 길쭉한 나무색 스펀지면이 공간 중심을 향해 솟아올라 있다. 바닥에도 위를 향한 스펀지면이 깔려 있다. 경우 스펀지 면 위로 그물코가 좁은 철망을 설치해, 사람이 올라설 수 있다.

“신기하죠? 공간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바닥에도 스펀지를 설치했습니다.” 조완호 박사가 무향실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조완호 물리표준본부 박사가 무향실의 구조와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무향실은 소리의 반사가 거의 없는 공간이다. 소리는 성질이 다른 매질과 닿았을 때 반사되는데, 평면 벽으로 이뤄진 공간은 반사가 극대화 된다. 공간 내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가 뒤섞이게 된다. 돌출면이 좁은 스펀지로 공간 전체를 두르면 소리 반사를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무향실에서는 다른 잡음이 없는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직접 들은 들어보았다. 반사 없는 소리는 전에 없던 경험이다. 매우 또렷하지만 평소와 달리 작고 건조한 느낌이다.

“공간 내 소리는 반사를 겪으면서 음압이 높아지고 풍부해 집니다. 이곳에서는 외부 잡음도 없고 돌아오는 반사음도 없어 마치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사막같은 느낌을 줍니다.”

음향동 외부에 있는 '잔향실'은 '무향실'과는 정 반대의 소리를 들려준다. 대형 차량이 충분히 들어설만한 칠면체 형태의 이 공간은 벽과 바닥이 완전 평면으로 이루어졌다. 소리 반사를 극대화해주는 공간이다.

아주 작은 소리도 반사를 거듭하면 증폭된다. 이 공간에서는 작은 소리도 증폭 과정을 거쳐 귀가 아플 지경이다. 작은 손뼉 소리를 내자 5초 넘게 메아리가 이어지면서 소리가 커져갔다. 처음 접해보는 신기한 현상이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잔향실 내부 모습

조 박사는 이런 신기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워 했다. 이곳이 바로 198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이래 소리 관련 측정표준을 보급하고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무향실에서는 다양한 산업 제품의 소음 정도를 측정하고, 잔향실에서는 흡음 소재 성능을 측정한다. 지난 30여년 동안 수많은 제품을 테스트했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굵직한 성과도 많이 나왔다.

조 박사는 “고급화될수록 소음과 같은 요소가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며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잘 파악하지 못하는 소리 분야에서 산업 국가 표준 기술과 산업에 기여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