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한용산업 대표)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기업인보다 정치인에 가깝다는 선입관을 갖게 한다. 2012년(19대), 2016년(20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지만, 모두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17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이용희 전 국회 부의장이 아버지라는 배경까지 알게 되면 그는 영락없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스스로를 기업인으로 소개한다. 1992년 29살 나이로 창업해 27년째 한용산업을 이끌어왔다.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20대부터 개척해 온 기업 경영과 사업이 중심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그의 정치 활동도 중소기업 경영여건과 제도를 개선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당과 대선캠프에서도 중소벤처기업과 관련한 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여기서 리더 역할을 한 것도 정치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방점도 건실한 중소기업인으로서, 또 중소기업 이익을 위한 활동가 역할에 둘 생각이다.

20대 창업, 27년간 중소기업을 이끌어온 기업인 이재한을 만났다.

-1992년 20대에 창업을 하셨다. 30년 가까이 된다. 다른 길도 있었을텐데 창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많은 분들의 조언도 듣고, 여러 가지 길을 고민했다. 미국 유학 당시 일본인 룸메이트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가 첨단 주차설비 시설이 도쿄 시내 곳곳에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뉴욕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몸 담았던 회사에서 맨해튼 곳곳을 누비며 직접 영업하고 뛰던 시절의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

우선 창업부터 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시장조사를 마친 후 바로 창업했다. 벌써 30년이 되어 간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종 업계 권익보호를 위해 주차설비조합도 만들었다. 그렇게 중소기업중앙회와 인연을 맺고 부회장도 2번이나 했다.

창업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아버지다. 당시 야당 정치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와 달리 매우 어려운 삶이었다. 제가 사업으로 돈을 벌어 가족을 보살피고 정치하시는 아버님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창업한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기도 했다.

-30여년 전 창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갓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9세 젊은이가 사업을 하기에 한국은 참 어려운 곳이었다. 아무리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20대 청년이 세상과 경영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창업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과 경쟁사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힘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했다.

발주 관공서는 갑질이 만연했다. 대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을 빼앗고 장악하는 약탈적 행위를 서슴치 않는 현실이 매우 어려웠다.

사업 초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사업 개발, 서비스 개선, 유관 사업분야로 확장 등을 하며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사업을 일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불이익 때문에 힘겨워하는 주차설비업체들을 규합하고 조합을 만들어 공동 권익 향상을 위해 연대하고 노력했다.

-요새 청년 창업이 많다. 권하고 싶나.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 신생기업이 5년 동안 살아남은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 10년을 버티는 회사는 10% 미만이다. 20년, 30년된 회사는 손에 꼽는다.

주차설비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돼 동종업계 15명을 모아 조합을 만들었다. 그 때 발기했던 회사 15개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우리 회사뿐이다. 다 없어지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는 중소기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창업은 많이 하는데 지속 장수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인 회사 가운데 대기업 1차 벤더가 아닌 회사를 찾기 어렵다. 매출 1000억원 회사는 2차 벤더가 대부분이다. 직접적인 벤더 아니더라도 최소 자재는 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순수한 중소기업은 매출액 30억원에서 50억원 정도다. 100억원 정도 되는 기업은 3차 벤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에 너무 종속된 경제구조에서 살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주요 현안문제 역시 대기업 종속 경제구조에 연동된 문제다.

현재 가장 반발이 큰 편의점 업계도 대기업이 걷어가는 수수료를 조금만 낮춰주면 최저임금으로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주유소나 자동차 판매 대리점 등 다 마찬가지다. 점주가 주유소 열게 하고 경영이 안 되니 대기업이 인수한다. 그리고 위탁 경영 맡긴다. 대리점 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순수 자영업인 분들은 줄고 있다.

정부 소득주도성장론도 뜻은 좋으나 결국은 돈줄이 막혀 있는게 문제다. 돈이 안 돌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이 안 된다. 비용은 발생하는데 이익이 뒤따르지 못하니 자영업자가 다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이다.

창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신중한 창업, 준비된 창업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정부는 창업 컨설팅에 좀 더 투자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불공정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게 현 정부 기조다. 그런데 오히려 중소기업계가 지금 돌아가는 정책 방향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은 결국 대기업의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싸우는 부분이 기술탈취, 납품단가 연동 안 되는 문제, 단가 후려치기 등이다. 대기업은 왜 그러는가? 나름의 이유는 있겠으나 결국 상도덕이 무너진 문제다. 오죽하면 상생위원회나 동방성장위원회 같은 정부 조직이 생겼겠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려면 대기업 오너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대기업 오너나 경영자가 우리나라 경제 70%를 점유하는 게 현실이다. 그들이 대한민국 50년, 1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 경영을 해야 한다. 그들 생각 안 바뀌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 내 놓아도 안 된다. 정부나 정책, 법만으로는 안 된다.

기업이 이익 창출하는 것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반사회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사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국민이 왜 대기업 오너를 존경하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3세, 4세로 넘어가는 대기업 오너가 성장위주, 문어발식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 주력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국민 희생 위에서 성장했다. 이제 되돌아볼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좋은 정책과 규제, 견제를 통해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중소기업 역시 정부에 계속 요구만 할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생각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기업인의 덕목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향후 한용산업은 어떤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싶은가.

▲기업 경영 핵심이 성장에 있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성장을 논하기 전에 오래가는 기업, 영속성을 갖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이나 일본의 전통 깊은 기업을 보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매출 규모나 종사자 수가 크지 않은 기업이 많다. 규모보다 내실, 전문성, 핵심가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외형 성장에 몰두하다 보면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퇴색하고 일하는 사람이 만족하기 어려운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지만, 세상 변화에 잘 대응해 전문성을 갖고 오래 갈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가고 싶다. 이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현 정부 중소기업 정책 수립에 많은 부분을 기여한 것으로 안다.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겠지만, 현재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점수는.

▲공약 수립에 참여했던 제가 점수를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직 출범한 지 1년이 좀 넘은 정부 정책을 수치로 평가하는 것 역시 다소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공약에 참여한 기업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정책 추진과정을 평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우리 중소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시점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가 시행됐다면 현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내수침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위기에 처해 있고, 추세로도 빠른 턴어라운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다. 정책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제약에 대해 정부도 인식했고, 필요한 정책도 내놓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최근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이외 부분을 놓고 보면 괜찮다. 대기업 갑질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등 공정경제 부분은 당초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해 보이는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의 다른 편 날개인 혁신성장 정책이다. 중소기업 지속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가 겹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어느 부분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우선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 위기가 과연 비용이 과다해지면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인지 판단해야 한다.

내수침체, 생산성 저하, 대기업 위주 경제시스템에 따른 적정이윤 공유 실패 등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그럼 왜 중소기업, 더 정확히는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52시간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위기감을 느꼈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노동생산성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나 근로시간 단축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또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상실감, 분노를 이해하고 달랠 수 있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내수 침체를 극복할 대안이 필요하다. 그간의 경험으로는 재정투입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올 하반기와 내년 집중적으로 투입될 중소기업과 일자리를 위한 재정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재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단기 사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실수 없이 추진하고 대상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은 속도 조절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대출금 상환 압박 등에 기업이 줄도산하지 않도록 중소기업 융자지원제도를 확대해 중소기업 대출 및 융자 보증한도 확대 방안 등 추진이 필요하다.

또 두 가지 이슈에 너무 함몰되지 않고 다른 중요 이슈에 눈을 돌려야 한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도 이슈만 부각시키는데 만족하지 말고,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협회 등은 정부와 대립각만 세우고 갈 수는 없다. 협조 방법에 따라 어떤 길이 맞느냐 많은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장 출마에 대한 얘기가 있다. 계획은.

▲먼저 중앙회와 중앙회장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대정부 정책활동, 입법활동 등을 가장 신속히, 잘 실행해 중앙회를 대표 경제단체로 만드는 것이 새로운 회장의 책무라고 본다. 중소기업 전체와 조합 발전을 위해,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대정부·대국회 네트워크가 가장 잘 구축된 인물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최저임근 후속대책 마련, 주52시간 근로제 조정 등 당면현안뿐 아니라 대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게다가 대북경제협력에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신남방정책 등에 중소기업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 등 협력과 담판이 가능한 중앙회장이 필요하다.

또 조합 발전 지원이라는 중앙회 설립 취지 근본으로 돌아가 개별 조합을 위한 사업과 제도 마련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

23대, 24대 회장을 거치며 상암DMC나 홈앤쇼핑 등 22대 때부터 이어온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며 중앙회 외형은 커졌다. 허나 근간을 이루는 협동조합은 큰 수혜를 보지 못했다.

새 회장은 외형 키우기보다는 조합이나 회원사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개성공단사업 역시 회원 조합 공동 이익이 되는 사업이 아닌 일부 회원사에게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됐던 문제 등을 고려해 조합단위 사업 추진 및 공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간 로비 단체로 인식돼 온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개별 지원사업은 조합을 중심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잘 담당하기 위해서는 대정부·대국회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고 접촉과 협상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 필요하다. 그간 회장이 선임된 후에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정부, 국회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이미 중앙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550명 협동조합 이사장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모두 중앙회장 나오실만한 분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능력과 네트워크가 필요한지를 살펴야 한다.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일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필요한 때다.

정리=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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