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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정부는 연구 산업 관련 전문 기업 육성을 위해 '연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연구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올 2월에는 연구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서비스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7월에는 1인 창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이공계지원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정부의 연구 산업 육성 추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을 연구개발(R&D)에 접목할 필요가 있는 데다 우리가 세계 5위 규모 R&D 투자를 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R&D 과정에 수반되는 여러 전문 서비스가 선진국에 비해 덜 육성된 것 아닌가 하는 진단도 있다.

차제에 정부는 주문연구, 연구관리, 연구장비, 신서비스 분야의 전문 기업과 연구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우리 R&D 생태계를 미래 지향으로 혁신한다는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정부가 고민해 봐야 할 과제가 몇 가지가 있어 보인다.

첫째는 높은 성과 R&D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기술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근간은 기업부설연구소 제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1년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가 도입될 즈음 우리 기업에 R&D라는 것은 생소한 것이었고, 기술 역량을 높이려면 기업 내 연구 부서를 조직하고 R&D 활동을 고양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인하우스 활동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좀 더 전문화된 기업 서비스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아웃소싱 또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중요해졌다. 결국 성과 높은 R&D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부설연구소가 중심이 되는 본원적 역량과 연구 산업이 허브가 되는 오픈소싱 역량이라는 두 축을 양손잡이로 하는 새 생태계로 진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둘째는 R&D 배턴존 역량과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R&D 생태계를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주체와 지식의 교류 및 연결이 만드는 상승작용의 중요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연구자와 수요 기업을 묶어 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인식이 널리 공유돼 있는 만큼 정부는 학·연·산 간 이어달리기를 활성화하고, 이와 더불어 배턴존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셋째는 기업부설연구소 제도의 미래 모습을 설계하는 것이다. 신고제도가 만들어진 지 37년 만인 지난 3월 신고 건수가 4만건을 넘어섰다. 이제 한편으론 내실화를, 다른 한편으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제도를, 더 나아가 기업부설연구소발 혁신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 현 제도가 담기 어려운 다양한 혁신 활동을 수용하고, 또 한편 이들을 매개로 한 연구 산업 전문 기업 창업과 스핀오프로 연계될 수 있도록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00년 초·중반부터 R&D 서비스 전문 기업과 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 사이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규범이 성큼 다가와 있다. 기업의 혁신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만큼 R&D 방식도, 우리 국가 R&D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미래에 연구 산업이라고 부를 것은 단지 전문 기업과 이들의 묶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지원 제도와 문화, 연구 인프라가 플랫폼 돼 작동하는 새로운 혁신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이것이 미래 산업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노멀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