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립된 지도 이제 1년 2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차고 넘치는 성과를 창출했다고 자화자찬한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개혁점검회의를 개최 3시간 전에 전격 취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정부개혁안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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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부의 성과 자료를 살펴보면 과거와 비교해서 특별히 달라지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내용 대부분은 성과 아닌 계획이나 로드맵, 추진 중이라는 형식에 그친 답변 일색이다. 청와대에서 국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기술자문회의 등도 기존 정부 부처와 연계성을 찾아보긴 어렵다.

정부 부처와 각종 위원회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사이 규제 혁신을 통한 성장의 길은 요원해졌다. 예를 들어 글로벌 승차 공유 기업 우버는 2023년까지 세계 6개국에 하늘을 나는 택시(플라잉택시)인 '우버 에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반면에 국내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위법 딱지가 붙어 있다. 결국 해당 서비스를 시도한 스타트업은 정부와 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지 못한 채 절반 이상의 직원을 감원하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해졌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강조한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달리 최저임금 정책의 혼란, 치솟는 실업률, 신산업 성장 동력 훼손 등 재앙 수준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주요 국가 경기선행지수(CLI)에서 대한민국은 시장 경기가 지난 1년 이상 하락하는 유일한 국가로 집계됐다. 임금근로자 10명 가운데 2명은 월 139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다. OECD 평균을 5% 이상 넘었다.

인위로 업무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이론은 임금 상승에 맞춰 일자리는 줄고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 갈등을 심화시켰다. 많은 전문가가 이제는 홍보 중심, 이론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정책 기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결국 유일한 대안은 정부 주도로 기업을 옥죄는 '소득주도성장'도, 허울뿐인 단순한 '혁신 성장'도 아니라 규제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주도 융합혁신성장'이다.

필자는 얼마 전 융합일자리 토론회를 주최했다.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융합 혁신 성장, 나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각계각층 목소리를 들었다. 당시 규제에 막혀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대학생 스타트업 대표의 절규와 절실함이 담긴 한마디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법제도에 막혀 산업화할 수 없다면 무용(無用)하다. 혁신 성장의 기본은 자율주의에 기반을 두고 기업 활동을 하기 좋은 토양을 마련해서 중·소 스타트업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은 이를 역행했다. 대표 사례로 4차 산업혁명과 5G 통신기술 구현 등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업 일방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나 보편요금제 등 국가주의식 요금 인하 인위 정책에만 치중했다.

마지막으로 혁신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임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 간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이용자인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3의 물결, 정보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게 된 이유는 간섭과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론 중심의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이 아니라 민간과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융합혁신성장'으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smart_kim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