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국, 대만 반도체 인재 채용 러시 "올해 300명 이상 이직"

중국이 거액의 연봉과 주택 보조금, 별도 인센티브 등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대만 반도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 반도체기업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출신의 한 베테랑 엔지니어 사례를 들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회사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은 뒤 중국 동부에 있는 웨이퍼 제조공장에서 소규모 팀 관리 감독을 맡았다.

대만에서 고급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것은 중국이 반도체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핵심 과제가 됐다.

중국의 인재 스카우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개발하기 위해 220억달러 기금을 조성한 2014년부터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미국 간 무역긴장이 고조되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H&L 매니지먼트컨설팅 타이페이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대만 수석엔지니어 300명 이상이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했다. 2014년 이후 4년간 약 1000명의 사람들이 중국으로 옮겼다.

중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보다 더 많은 2600억달러 상당 반도체를 수입했다. 중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는 국내 수요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 목표는 2025년까지 중국 내 반도체 수요 중 적어도 40%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장 큰 난관이 인재 부족이다. 중국 국영 연구기관은 반도체 집적회로 부문에 2017년 말 기준 약 40만명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까지 필요한 72만명에 턱 없이 모자란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저가형 반도체 제조에서는 대만을 앞서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나 제조에서 대만보다 여전히 수 년 늦다고 지적했다. 숙련된 기술자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이 지난 4월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ZTE에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역량 강화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16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25% 관세율을 적용한 것도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줬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그동안 인재 부족 문제를 한국과 일본의 기술자를 스카우트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왔다. 결과적으로 언어와 문화가 유사한 대만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기업은 채용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반면에 중국은 돈을 쏟아 붓는 실정이다. 한 중국 회사는 5년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방 세 개가 있는 새 아파트를 절반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국 동북부에 새로 설립된 반도체 제조업체는 최근 채용한 120명 엔지니어 중 3분의 1이 대만 출신이다. 이 회사는 국제학교에 주택 보조금 등을 제공한다.

이직에 성공한 기술자 대다수는 "내가 3년 동안 중국에서 벌 돈은 내가 10년 동안 대만에서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것과 맞먹는다. 나는 더 일찍 은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중국의 급속한 반도체 산업 발전이 태양광 발전이나 액정디스플레이(LCD)처럼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을 초래할 지 우려했다.

대만 정부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종업원의 주식 소유에 대한 세금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만 기업 역시 자체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에는 역부족이란 진단을 내렸다.

유명 대만 반도체 설계회사나 파운드리 회사도 엔지니어 유출로 타격을 받았으며,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대만 반도체 주요 업체는 2년 새 인건비가 35%나 증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