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자율주행 '레벨3' 기준…업계 판도변화 예고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최근 자율주행 기술 기준(레벨)을 강화했다. 본격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3'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의무화했다. 상용화 시기도 1~2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발표한 자율주행 기술 수준 정의 J3016 최신판 (제공=SAE)

4일 업계에 따르면 SAE는 미국 교통부(DoT)에서 인정한 자율주행 표준 'J3016'의 최신판을 공개했다. J3016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6단계를 소비자, 제조사 친화형 규정과 기능을 담은 그래픽도 선보였다. 그동안 숫자나 과학 용어로 설명이 어려운 그래픽보다 명확하고 직관으로 자율주행 레벨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SAE는 최신판에서 '지원' 분야와 '자동화'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레벨2와 레벨3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시스템이 차량 제어와 운전 환경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야 레벨3 단계로 인정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레벨2 이상 자율주행이 레벨3 필수조건으로 추가됐다. 이는 고속도로가 레벨3 정의에 해당하는 '특정 환경'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와 레벨5는 '자동 밸릿파킹'이 가능해야 한다. 레벨5는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하고,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단계다. 즉 운전대가 없는 '무인차'만 레벨5에 해당한다.

아우디 신형 A8 자율주행 구현 모습 (제공=아우디)

업계는 SAE J3016 최신판 레벨3 기준 강화로 업계 판도 변화를 예상했다. 그동안 많은 제조사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고, 양산 계획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도로 자율주행 의무 적용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아우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지난해 신형 'A8' 출시 당시 세계 최초 레벨3 양산이라고 강조했다. 아우디 A8은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탑재한 '중앙운전자보조제어장치(zFAS) 시스템'이 중앙분리대가 있는 고속화도로나 교통 정체가 있는 시내도로에서 시속 60㎞ 이하 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AE J3016 재정립을 통해 아우디 A8은 레벨3가 아닌 것이 되면서 마케팅조차 펼칠 수 없게 됐다.

테슬라, 캐딜락 측도 자율주행 레벨3를 달성했다는 주장을 펼치기 어렵다. 캐딜락 '슈퍼크루즈'는 여전히 운전 주도권이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역시 몇 분에 그친다. 테슬라는 조만간 '오토파일럿 2.0' 소프트웨어(SW) 버전 9.0을 발표하면서 레벨3를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새로운 SAE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BMW는 모빌아이와 함께 2021년까지 각각 레벨3 자율주행차를 내놓기로 계획을 연기했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FCEV) 넥쏘(NEXO) 자율주행 ㅅ연 모습 (전자신문DB)

반면에 현대·기아차는 SAE J3016 최신판의 수혜 대상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술 중심으로 부분자율주행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내년 상용화를 시작하는 HDA2는 이론상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하다. 내년 미국에서 HDA를 도입하고, 1~2년 내로 HDA2도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서울~평창' 고속도로 자율주행 서비스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 개발 시점부터 좀 더 정밀한 조향과 주행 기술이 필요한 고속도로 중심으로 연구해 왔기 때문에 J3016 최신판은 HDA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에 긍정으로 작용한다”면서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에도 HDA를 보급하고, 향후 HDA2 및 HDA3를 출시해 2020년까지 레벨3 개발을 완료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