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경

문은 집의 경계다. 집 안과 밖을 나누며 이를 통하지 않고는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사람과 물건 모두 마찬가지다. 문 아닌 곳으로 드나들려는 것을 월담이라고 이른다. 도둑이나 강도들이 곧잘 하는 일이다.

나라에는 국경이 곧 문이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 경계를 긋고 그것을 문으로 삼아 허락 없이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드나들지 못하도록 한다. 불법 체류자와 밀수꾼은 허락을 받지 않은 불청객이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 줄 사람이나 물건을 고르듯 국가도 국경을 넘는 기준을 정하고 절차와 규정을 만든다. 이 같은 조치는 수천 년 동안 사람 사는 곳의 이치였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발달하면서 기본 이치가 흔들렸다. 인터넷에서는 바람처럼 무시로 국경을 넘나든다. 실어 나를 배나 트럭도 없이, 저장할 창고나 재고를 관리할 사무실 하나 없이 상품을 공급하고 돈을 버는 부류가 등장했다. 심지어 물건은 이 땅에서 파는데 돈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받는다.

부피와 무게가 있는 물건이 국경을 넘는다는 개념에 기반을 둔 전통 상거래 규칙은 새로운 상거래 등장에 도리 없이 무너진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짐 보따리를 검문 당할 일도 없으며, 행정 관리가 무엇을 지적해도 짐짓 모르는 체 하면 그만이다. 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마저 통행료 없이 마음대로 달려도 되니 비로소 개성상인이 꿈꾸던 세상이 열렸다.

포졸은 창과 몽둥이, 그물을 들고 달려가 보지만 바람을 그물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헛물만 켜고 돌아온다.

이런 지경이니 세금 내고 사사건건 짐 보따리를 검문 당하며 통행료마저 감당해야 하는 국경 안 상인만 나날이 근심이 늘어 간다.

제도가 현실을 한발 뒤에서 따라간다지만 지금은 제도가 아예 보이지 않으니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하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