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한국에 상륙한 'XC40'은 볼보자동차가 브랜드 설립 이후 90년 만에 처음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사람 중심이라는 볼보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형 SU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XC40은 국내 데뷔 전 이미 자동차 본고장 유럽 시장에서 상품성을 입증했다. 디자인과 품질, 첨단 사양을 인정받아 올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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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볼보 SUV 라인업을 완성할 XC40을 타고 서울에서 춘천까지 도심과 고속도로 등 총 200㎞를 달렸다. 시승으로 살펴본 XC40은 심플한 디자인에 반자율주행 등 알찬 상품 구성으로 높은 만족감을 보여줬다.

XC40은 볼보 소형차 전용 모듈 플랫폼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처음 채택해 개발했다. 여기에 자사 90과 60 클러스터 제품에 적용한 다양한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볼보는 XC40을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Swedish Minimalist)를 표방하는 차량이라고 설명한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XC40은 운전자 피로를 줄여주는 반자율주행 기능과 긴급제동시스템 등 4000만원대 가격에 다양한 고급 사양을 모두 기본으로 채택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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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시동을 걸면 잔잔한 엔진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다른 SUV와 달리 디젤이 아닌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국내에 출시한 모든 XC40은 볼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기술을 적용한 2.0ℓ 4기통 T4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가솔린은 디젤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어 승차감 면에서 우세하다.

힘은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수준이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8.5초 만에 주파할 만큼 경쾌하게 가속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속도에 따라 부드럽게 변속을 진행했다. 구동력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고르게 전달한다. 이 시스템은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를 적용해 미끄럽거나 거친 내리막길에서 안정적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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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고속도로에 진입해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했다. 이를 통해 레벨2 이상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기반으로 특정 구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자율주행을 할 수 있었다. 전방에 감지되는 차량이 없이도 시속 100㎞까지 속도와 차선을 유지하며 달렸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만큼 스티어링 휠(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안 되며, 전방 주시 의무도 지켜야 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성은 기존 볼보 라인업들과 큰 틀의 방향성을 같이 하면서 XC40만의 개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과장되고 화려한 라인으로 볼륨을 드러내는 대신 깔끔한 라인을 사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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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측면에는 A필러 하단부터 시작해 C필러까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했다. 최소한의 라인을 사용해 간결함을 강조하고, 존재감도 부각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형 헤드램프는 각도를 가파르게 설계해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세로형 그릴은 차량 안쪽 방향으로 설계해 입체감을 줬다.

XC40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탑승객이 차량 실내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핸드폰 무선충전, 카드홀더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과 휴지통을 배치하는 등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차량 도어에 위치한 스피커를 엔진룸과 실내공간 사이 빈 공간으로 옮겨 노트북 수납이 가능할 정도의 풍부한 수납공간을 확보한 점도 볼보의 재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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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특히 실내는 기존 볼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소재와 색상을 사용했다. R-디자인 트림에 적용한 오렌지 색상 직물 소재는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펠트라 불리는 이 원단은 털이나 수모 섬유를 수분과 열을 주면서 두드리거나 비비는 공정을 거쳐 압축한 원단으로 100% 재활용할 수 있다. 대시보드에는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으로 마감한 금속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소형 SUV임을 고려하면 실내 거주성은 괜찮은 편이다. 실내 공간을 결정 짓는 차체 축간거리(휠베이스)는 동급 모델 중 가장 긴 2702㎜를 확보해 탑승객에게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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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40.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도 우수한 편이다. 동급 최초로 모든 트림에 볼보 반자율 주행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와 지능형 안전 시스템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를 적용했고, 쾌적한 환경을 위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전동식 파노라믹 선루프 등도 모두 기본으로 제공한다.


연비는 조금 아쉬웠다. 이날 시승 후 계기판을 통해 확인해보니 ℓ당 10㎞ 정도를 달렸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ℓ당 10.4㎞(도심 9.2㎞, 고속도로 12.2㎞) 수준이다. XC40 가격은 트림에 따라 4620만~508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