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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다음 달 4일은 지식재산의 날이다. 지난해 12월 1일 매년 9월 4일을 '지식재산의 날'로 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식재산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6월 시행됨에 따라 이날 '제1회' 첫 날을 맞는다.

'9월 4일'이라는 날짜도 나름의 상징 의미가 있다. 당초 개정안이 발의될 때는 세계지식재산의 날과 같은 4월 26일로 제안됐지만 심의할 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날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아 이날로 정해졌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경쟁력은 세계 수준이다. 특허청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간한 '세계지식재산지표 2017'을 인용해 특허협력조약(PTC) 출원 건수 기준으로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 전체 특허 출원 건수로는 4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출원 건수와 인구 대비 출원 건수에서는 1위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1977년에 개청한 특허청이나 2011년에 출범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제 몫을 해 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이런 순위에 걸맞도록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재산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

새 출발점에서 생각해야 할 첫 과제는 국민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이다.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에 기업이나 연구자 역할이 중요하지만 경제의 근본 체질 변화를 생각한다면 일반 국민들 관심과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과학 문화나 발명 문화란 개념을 참고해 제반 활동을 한번 기획해 볼 필요가 있다.

체계화한 지식재산 교육도 중요하다. 초·중등 과정은 물론 대학에서도 다양한 과목과 실습 과정이 제공돼야 한다. 일반 국민도 다양한 눈높이 교육 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자본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지식재산이 선순환되는 제도와 생태계 구축도 국가지식재산위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세계혁신정책센터(GIPC)가 발표한 '2016 국제 지식재산 지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수준에 비해 벤처자금 및 사모펀드 매력도 지수나 최신 기술 접근성도 다소 낮은 편이다.

결국 지식재산이 그 자체로 부가 가치와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글로벌 4위권의 지식재산을 그에 상응하는 '지식 가치'로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과 생태계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지식재산정책의 새로운 지향점도 넓혀 가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IP R&D'로 불리는 지재권 기반 연구개발(R&D)은 R&D 투자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디자인이나 브랜드 개발을 특허와 연계해서 통합 접근하는 이른바 '디자인-IP 융합' 전략도 기업 요구 반영 등 확대시켜서 나감직하다. 이와 함께 지식재산 정책이 지역 혁신이나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적극 수용될 수 있도록 촉진시킬 필요성도 있다. 전통식품 제조법에서 지역을 상징하는 상표와 캐릭터까지 이른바 '향토 지식재산권'도 체계화해야 한다.

우리 지식재산의 경쟁력이나 그동안 성과를 생각하면 지식재산의 날 지정이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다.

국가지식재산위의 설치 목적이 범부처 전략 마련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으로써 지식재산의 창출 및 활용 촉진에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식재산의 날을 우리 지식재산에 관한 국가 전략과 비전을 새로이 다짐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비록 첫 번째 기념일이기는 하지만 여느 오래된 기념일 못지않은 큰 의미로 기억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