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신비를 원가 기준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이유

함창용 KAIT 기술경영전문대 교수

가격 결정은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하며 할 의사 결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가격 결정을 내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수요 기반 가격 결정'과 '원가 기준 가격 결정'이다.

수요 기반 가격 결정은 고객의 지불 의사 가격과 그 가격에 대한 수요량에 기반을 두고 이뤄진다. 해당 가격과 수요량을 곱해 수익을 계산한 후 수요량을 공급하는 비용을 빼면 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 수요 기반 가격 결정은 이익뿐만 아니라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와 경쟁자 반응까지 모두 고려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경영자가 가격 결정에 수요 기반 가격 결정 방법을 택하고 있다.

원가 기준 가격 결정은 수요량을 자의로 정한다. 이후 수요량의 원가를 산정한 뒤 이에 이익 보장 합리화 목적으로 이익을 더해 가격을 결정한다. 방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자의로 설정한 수요량과 결정된 가격에 따라 형성된 실제 수요량 간 불일치 때문에 시장 균형을 이룰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참여연대가 통신비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2세대(2G)·3G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얻어 냈다. 이후 참여연대는 LTE 원가 자료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학계에선 통신비 원가 공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통신비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원가를 이동통신 요금과 연계하기 위해서다. 즉 참여연대는 원가 기준 가격 결정 방법으로 이통 요금을 결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 요금 결정에 원가 기준 가격 결정 적용 시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불가피하다.

첫째 이익 합리 수준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원가의 몇 퍼센트가 이익 수준으로 적절한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투자보수율 등 정부 규제에 의해 이익 수준이 결정되는 경우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를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자원 배분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둘째 원가 기준 가격 결정은 미래 수요량과 이에 대한 원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통신비 원가 자료는 과거 수요량과 원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과거 원가 자료에 의해 결정된 요금은 미래 수요량과 미래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셋째 통신기술 기준으로 산정한 원가를 요금 설정에 사용 시 새로운 통신기술인 5G 도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 충분치 않은 수요량으로 요금 수준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5G 서비스 수요 증가를 저해하고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다.

넷째 현재 이통 요금은 소비자마다 서로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가 기반 가격 결정은 각각 이통 서비스에 대한 원가를 요구한다. 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고 해도 자의에 의한 원가 배분으로는 합당한 원가를 산출할 수가 없다.

공기업이 독점 제공하는 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수 없다. 이에 따라서 미리 정해진 공급량과 원가에 기반을 두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통 서비스는 많은 사업자가 경쟁하며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 기반 가격 결정 방법은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통신사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를 둘러봐도 이통 요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함창용 KAIST 기술경영전문대 교수 ham.changyo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