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도광양회와 티맥스OS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개방을 이끌며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1980~1990년대 중국 외교 방향을 제시한 명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중국은 이렇게 자신의 발톱을 숨기고 실력을 길러서 오늘날 대국을 만들었다. 솔직히 부럽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도 그러하다. 발톱을 숨기기까지는 몰라도 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 왔다. 샤오미, 하이얼,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그러하다. 한 예로 중국에는 '슈퍼맵'이라는 지리정보시스템(GIS) 엔진이 있다. 2000년대 중반에 출시됐다. 초기 제품 수준은 많이 떨어졌다. 세계 GIS 분야 1위 엔진 에스리(ESRI) '아크GIS'에 비교조차 안 됐다.

중국 정부는 꾸준히 슈퍼맵을 사용해서 수준을 높이도록 요구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 기관과 기업은 80% 이상 슈퍼맵을 사용한다. 에스리는 우리나라 등 대부분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이지만 중국에서는 20%대에 머무른다. 성능 차이도 없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은 에스리보다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티맥스오에스가 새로운 PC용 운용체계(OS)를 공개했다. 전자신문이 전문가와 티맥스OS를 사용해 보니 일반과 보안 구역을 구분해 로그인을 한다든가 리눅스 루트 폴더 내 사용자 저장공간을 생성, 관리하는 등 편의성이 높았다. 티맥스 엑셀 '투셀'은 완성도도 높다. 윈도 호환은 숙제다. '.exe' 등 윈도 실행 파일이 작동하지 않았다. 개발자 모드는 제공되지 않는다. 전체로 볼 때 과거 대비 성능은 나아졌지만 윈도를 대체하기는 무리라는 평이다.

여론은 또다시 시끄럽다. 티맥스오에스는 과거처럼 뭇매를 맞았다. 애국심에 호소하지 말라고 한다. 언제까지 애국심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느냐는 기사와 댓글이 눈에 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애국심에 호소하면 안 되는 것인가. 중국도, 미국도 자국 보호무역을 펼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면 왜 안 되는가.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대체하는 OS를 가져야 한다. 그런 OS는 어느날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기간 연구개발(R&D)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제품은 사용될수록 성능이 개선된다. 어떤 제품이든 마찬가지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면 세계 제품이 된다. 누구도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도 전에 제품 개발과 출시를 비난한다면 누가 이 길을 갈까. 티맥스오에스, 티맥스소프트는 민간 회사다. 중국은 OS 개발을 정부가 한다. 북한 정부도 OS를 개발한다. MS 윈도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일을 정부도 아닌 민간 기업이 하고 있다. 비난보다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티맥스오에스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설익은 제품을 내놓고 구호만 요란스럽게 외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굳이 애국심을 유발할 필요도 없다.

티맥스OS가 당장은 성능이 떨어지더라 MS는 과거처럼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MS에는 경쟁 제품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티맥스OS가 성능 개선을 지속해서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사용된다면 MS가 지금처럼 무리한 라이선스 정책을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방으로 공문을 보내 감사하고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맞다. 애국심으로 성능이 떨어진 물건을 구매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도 세계 수준 OS를 보유할 수 있도록 지지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 OS를 보유해 기관과 기업이 외산 SW 업체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지 않고 적절한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면 애국심에 호소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신혜권 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