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어카운턴트 '자폐를 보는 시각'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킬러'

2016년 벤 애플릭(크리스찬 울프 역)이 주연한 영화 '어카운턴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어릴 때 자폐증을 앓았던 크리스찬은 수학에 천재성을 보였다. 성인이 된 후, 악당들의 회계사로 일했다.

암흑가가 주 무대였던 만큼, 조직과 정부로부터 타깃이 된 크리스찬은 자신을 노리는 킬러를 주저 않고 살해하는 '회계사 겸 킬러'다.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 군인 출신 아버지로부터 신체를 단련하고 적을 이기는 방법을 배운 게 주효했다.

영화 장르는 액션이자 스릴러다. 그러나 크리스찬의 자폐증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점에서 드라마 요소가 가미됐다. 크리스찬은 분명 감정 표현과 사회성이 뒤떨어졌지만, 남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수많은 도전을 극복해 나간다.

크리스찬처럼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자폐 증상을 '고기능성 자폐(High-functioning autism)'라고 한다. 자폐 성향은 있지만 일반인에 비해 높은 지능과 암기력,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을 칭한다.

과거 수많은 천재가 이러한 고기능성 자폐와 관련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과학자 찰스 다윈이 대표적이다. 아일랜드의 마이클 피츠제럴드 트리니티대학 정신의학 교수는 “다윈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윈의 창의성은 자폐 증상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대표적 고기능성 자폐증이다.

피츠제럴드 교수는 “다윈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해 놀라운 집중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을 보는 능력, 한 과제에 평생 매달리는 에너지를 보유했다”면서 고기능성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창의성과 독창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턴, 아인슈타인, 조지 오웰, 베토벤, 안데르센 등 역사 속 천재들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츠제럴드 교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자폐증과 창조성 간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자폐 성향이 높은 3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종이 클립을 주고 활용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추상적 그림을 보여주고 해석하는 테스트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종이 클립 활용 아이디어 수는 적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독창적·창조적 방법을 내놓았다.

연구팀을 이끈 마틴 도허티 박사는 “특정 문제에 대해 자폐 성향이 있는 사람은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서 “뇌 기능 일부 장애가 이러한 창조성과 독창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에서는 자폐를 장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천재성에 감탄하기도 한다. 영화 속 크리스찬뿐만 아니라 실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천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조명 받고 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자폐증을 앓는 사람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사회'라는 벽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것(自閉)'은 아닐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