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32>인간의 욕망을 키워 주는 '핀터레스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지는 직관 인식이 되고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인터넷 시각 자료를 쉽게 검색, 분류,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회사가 핀터레스트(Pinterest)다. 핀터레스트는 현재 기업 가치 123억달러로, 유니콘 기업 순위 11위다.

회사의 핵심 공동창업자 벤 실버먼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구글 온라인 광고팀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자신만의 아이폰 앱을 만드는 창업을 시작했다. 이때 벤처캐피털 회사에 다니고 있던 대학 동기 폴 시아라가 합류했다. 실버먼 친구의 친구인 에번 샤프도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함께한다. 샤프는 컬럼비아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다.

이 조합은 여러 가지를 말해 준다. 우수한 젊은이가 꿈을 추구하기 위해 선망의 안정 직장을 그만두고 의기투합했다. 우리나라 정부나 정치권에서 창업을 청년 실업 대안으로 인식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 위험한 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은 아주 우수한 인재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그들의 꿈을 좇는 열망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 과정에서 오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꿈으로 뭉친 젊은 날의 의기투합이야말로 스타트업의 '엔진'이다.

또 다른 시사점은 핵심 재능의 조합이 공동창업자에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버먼이 사업 아이디어를 주도하고 검색과 온라인 광고를 구글로부터 경험했다면 시아라는 핀터레스트가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 유치를 성공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핀터레스트의 사업 특성상 디자인도 핵심이다. 건축학과를 전공한 샤프가 이를 담당하고 그가 페이스북에서 일한 경험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SNS의 특징을 결합하게 해 줬다.

핀터레스트 사업 아이디어는 실버먼의 어릴 적 취미에서 착안됐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수집한다. 우표, 인형, 동전 등을 모으기도 한다. 수집은 사람이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자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수집해서 소장도 하고 자랑도 하고 싶어 한다. 또 취미가 비슷한 사람의 소장품을 보고 싶어 한다. 핀터레스트는 이런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인터넷에 이미지 또는 웹페이지가 연결된 간결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이를 '핀'이라 해서 사용자는 인터넷에 시각 자료를 올리고,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사용자 이미지인 핀을 수집인 핀 보드에 분류·저장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좋아요'나 '팔로'를 하게 하는 이미지 북마킹 서비스이자 소셜네트워크다.

고객은 수많은 종류 내면 갈망을 핀터레스트를 통해 표현한다. 살고 싶은 집, 입고 싶은 옷, 가고 싶은 여행지, 지니고 싶은 날씬한 몸매 등 이미지를 수집한다. 한마디로 잠재된 우리의 열망을 키운다. 실버먼은 핀터레스트가 단순한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열망에 따라 바로 실행하라고 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핀터레스트의 높은 기업 가치는 여기에 숨어 있다. 기업은 자신의 광고와 상품 이미지를 만들어서 핀의 비즈니스 페이지를 통해 고객을 유혹한다. 한 패션 회사 사례 조사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은 평균 180달러를 소비하는 반면에 페이스북을 통한 고객의 평균 구입액은 85달러에 불과했다. 이미 핀터레스트 이미지를 통해 구매 욕망을 키운 후 방문하기 때문에 회사의 웹페이지에서 검색하는 시간도 짧고, 구매 금액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효과 높은 광고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많은 기업에 고객 취향과 선호를 탐색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처럼 핀터레스트 애널리틱스를 통해 고객 반응을 보여 주는 통계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다. 기업 고객 분석을 위해 세일스포스, 피코라 등 고객관계관리(CRM) 회사에 핀터레스트 데이터가 제공되기도 한다. 고객 반응을 이미지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내면의 잠재된 욕망을 키워 가는 고객 1억7500만명을 확보했고, 이들에게 물건을 팔고 싶은 유통회사가 군침을 흘리는 장이 조성되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