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30>스타트업 혁신 디멘션

지닷컴(Z.com)은 1999년에 설립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1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불렸다. 벤처캐피털의 기대도 한껏 높았다. 제리 브룩하이머 같은 영화 제작자나 올리버 스톤 영화감독도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엘런 디제너러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도 이름을 올렸다.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이 시절 퍼스널컴퓨터(PC)는 동영상용이 아니었다. 일일이 코덱을 깔아야 했다. 브로드밴드는 초창기인 데다 인터넷 속도도 턱없이 느렸다. 결국 온갖 기대를 뒤로 하고 지닷컴은 2003년에 문을 닫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디어랩(Idealab) 창업주이자 유명 TED 강사인 빌 그로스에게는 난처한 일이 하나 있었다. 왜 그토록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과연 뭘까.

그로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성공 또는 실패 요인을 추려 보았다. 첫째는 아이디어다. 상식이 말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둘째는 팀워크다. 사업을 수행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또한 필수다. 셋째는 비즈니스 모델로 봤다. 수익을 창출할 분명한 방법이 뭐냐는 질문이다. 넷째는 펀딩이다. 자금은 스타트업 생존을 좌우한다. 다섯째는 고민 끝에 타이밍으로 정했다. 시장이 경쟁자로 붐벼서도 안 되겠지만 아이디어가 시대를 너무 앞설 때도 실패할 수 있다.

그로스는 아이디어랩이 참여한 스타트업 100개와 다른 스타트업 100개를 추려서 분석했다. 결과를 상식과 달랐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성공 기업의 가장 큰 공통점은 타이밍이었다.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우버, 유튜브, 링크드인 모두 8점을 넘겼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스타트업은 하나 같이 기껏 6점이나 그보다 낮은 타이밍 포인트를 얻었다.

반대로 웹밴, 코즈모, 페츠닷컴, 플루즈, 프렌드스터는 모두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했다. 펀딩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다.

분석 결과 펀딩은 성공 기업을 고작 14% 정도만 설명하고 있었다. 상식과 달리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디어도 각각 24%, 28%로 낮았다. 그로스가 기대한 팀워크도 32%에 그쳤다. 놀랍게도 성공 기업의 42%는 타이밍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지닷컴이 문을 닫은 이듬해 어도비는 플래시란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골칫거리이던 코덱 문제도 이렇게 해결된다. 2005년 유튜브가 세상에 나올 즈음 미국 가구의 50%에 브로드밴드가 보급돼 있었다. 장기 불황 와중에 조금이나마 더 수입이 필요한 많은 사람에게 에어비앤비는 집이라는 놀라운 자산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은 셈이었다. '누가 자기 집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빌려 줄까'라는 통념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문제가 안 됐다.

이 간결하지만 명료한 결과를 놓고 한 번 되짚어 보자. 소비자는 내가 생각하는 혁신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됐을까. 자라(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라. 가능하면 빨리'라는 두 가지 원칙을 한 번 떠올려 봐도 좋겠다. 또 혹시 내가 따져 봐야 할 타이밍이라는 혁신의 디멘션엔 무엇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