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첨단·유행'보다 '지속·실질'을 좇는 혁신 성장을 위해

혁신 성장이 연일 화두다. 각종 경제지표와 실물경기가 부정적이다 보니 경제 성장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의 어려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까지 세계 대부분 국가가 고민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혁신 성장을 내세우면서도 손에 잡히는 단기간 성장 정책을 만들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성장의 고리를 계속 이어 가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불편하겠지만 꼭 필요하다고 보이는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먼저 우리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롭고 화려한 경제 성장이라는 화두를 보아 왔다. 그런데 그 화두가 정권이 이어지면서까지 지속 추진돼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의 녹색 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그저 새로운 화두인 혁신 성장으로써 구체화하는 작업에만 관심이 있다. 혁신 제품과 서비스로 창업을 촉진해서 신시장을 창출하자는 혁신 성장 논리는 창조 경제를 주창하던 시절의 논리와 비슷하다. 혁신 성장이라는 새 화두를 던지기보다 창조 경제 정책이 어떤 성과를 낳았고, 변화되는 환경을 선도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경제 혁신 정책 슬로건으로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제시했다. 스마트 혁명을 맞아 미국 경제의 지속 성장과 혁신을 위한 창업 지원 정책을 새로운 틀에서 제시한 정책이었다. 각종 법령이 개정·신설됐고, 민간과 협력 프로그램이 다수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으로 바뀐 현재도 이 정책은 생명력을 발휘하며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이렇게 '속빈 화두'만 계속 던지기보다 실질적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두 번째로 첨단 산업에 내재된 환상과 유행에 가까운 현학적 단어에 흔들리지 말기를 바란다. 자본주의 경제가 거품을 먹고 사는 것은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거품이 있어야 자본이 몰리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유행하면서 경제는 성장한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미래 판타지를 자극하는 경제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돼 GDP 성장에 기여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창업투자 자금은 벌써 이런 산업으로 쏠려 가고 있고, 몇 년 후 실제 사업화 시기에는 이 분야 창업자는 투자 받기 어려워진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미래 산업에 돈을 집중 투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산업에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자금 용도에 맞게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현재를 위한 투자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연구개발 자금은 분명 5~10년 후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자금이다. 그러나 벤처 창업자금은 미래보다 2~3년 단기 성과를 감안해야 하는 자금이다. 그런데 조금 식상하고, 미들테크이지만 당장 시장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자는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 창업투자 자금까지도 첨단 기술벤처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정부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시간을 좀 주면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 정책이나 혁신 경제 정책을 수립하면서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장기간 토론을 숙성시켜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유행한 각종 로드맵을 만들던 시절이 조금은 그립다. 산업기술 로드맵을 만들면서 그때도 시간에 쫓겨 가며 만들었지만 체계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만들던 경험을 되살렸으면 한다. 정부는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하기보다 우리 경제 혁신 생태계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합의된 종합 방향과 구체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9년 동안 생략된 경제와 산업의 성장 방향 및 정책을 집단지성을 활용해 수립하는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신중경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saesori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