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라온바이오 융합의학원' 설립 미루지 말자

한선희 대전시 경제과학국장

인생을 오래 산 어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이 먹을수록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도 생로병사를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암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까지도 많은 고통을 안긴다. 우리나라에는 암환자가 약 160만명 있다. 가족까지 고려하면 약 1000만명이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암 치료 기술이 개발됐다. 그런데 가장 많이 알려진 방사선(X선, 감마선)을 이용한 방법은 방사선을 암세포에 투사해 죽이는 과정에서 암세포 부근의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뇌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면 정상세포 손상으로 인해 치매라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가속기를 활용한 방사입자(중입자, 양성자) 치료 기술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그 치료 효과가 높아져서 '꿈의 암 치료 기술'로 불리고 있다.

원자력 가운데 방사입자를 활용한 이 치료 기술은 에너지를 지닌 방사입자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정확하게 타격한다. 이 덕분에 종전의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효과가 무려 12배나 높다고 한다.

실제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췌장암은 기존 방사선 치료 방식으로 치료할 때 생존율이 약 20%대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 진행한 가속기 활용 방사입자 치료 생존율은 6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인은 80만원이면 할 수 있는 이 치료를 외국인은 약 1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서민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마침 과학벨트 거점 지구인 대전 신동 지역에 중이온가속기가 건립된다. 약 200명의 우리 기술 인력이 투입된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이 중이온(중입자) 가속기를 활용, 암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해서 상용화할 수 있는 '라온바이오 융합의학원' 건립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역 공약인 중부권 원자력 의학원을 차세대 암 치료 기술인 방사입자 치료 기술을 적용하는 융합의학원으로 설립, 새로운 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는 가속기 제작과 치료 기술 국산화로 이어지고, 추후에는 수출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이다.

요즘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와 원자력을 이용한 살상무기 이슈 등으로 말미암아 원자력에 쏠린 국민 인식이 곱지 않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한 질병 치료는 인간을 살리는 기술이다.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한 암 치료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가가 국민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생명과 건강을 지켜 주는 것이다. 더 이상 '라온바이오 융합의학원' 설립을 미뤄서는 안 된다. 신동 지역에 건립하고 있는 중이온 가속기 이름도 '라온'이다. 라온은 '기쁜' '즐거운'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한선희 대전시 과학경제국장 daejeon70@gmail.com